[프리즘]휴가

[프리즘]휴가

직장인에게 ‘휴가’는 설레는 단어다. 지친 일상과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휴가로 재충전하면 다시 일할 의욕도 커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 직장인에게 휴가는 쉽게 꺼내기 힘든 단어다. 최근 글로벌 여행사 익스피디아가 세계 26개국 직장인 92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급휴가 사용 실태 설문에서 한국은 평균 사용일수 6일로 꼴찌를 차지했다. 2011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5년 연속 최하위다. 세계 직장인 평균 휴가일수 20.2일과 비교하면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조사대상 국가 중 10일 이하를 사용하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

공동 1위를 차지한 프랑스, 핀란드, 브라질, 독일, 스페인, 아랍에미리트 6개국은 연간 무려 30일을 사용한다.

이런 조사결과가 나온 것은 휴가보다는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연차, 월차 등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 일수가 있지만, 이를 모두 쓸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한국 응답자 10명 중 6명 정도는 휴가에 ‘상사가 호의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올해 연말 분위기는 좀 다르다. 인사혁신처가 연말에 연차휴가를 몰아서 쓰라고 장려하고 예금보험공사 등 공공기관까지 동참했다. 산업계도 종무식을 앞당겨 실시하고 마지막 주는 휴가를 쓸 수 있게 하는 추세다.

쉬지 못하는 직장인에게 휴가를 준다니 반가운 일이다. 이면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기업은 연차보상금 등 비용절감을 위한 목적이 더 커 보인다. 쉬고 싶을 때가 아니라 연말에 일제히 휴가를 사용하는 상황도 아쉽다.

그래도 휴가를 가지 못하는 것보다 나은 것은 분명하다. 휴가 장려 분위기가 보다 확산돼 선진국처럼 원할 때 자유롭게 휴가가면서 일하는 날도 기대해본다.

전자자동차산업부차장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