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불이 났는데 소방서가 지방에 있다면 어떻게 될까. 불 끄는 사람은 서울에 있는데 이를 지휘하는 사람은 지방에 있다면 이는 적절한 상황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환자가 서울에 있는데 의사가 지방에서 원격 진료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불가피한 상황에서야 어쩔 수 없겠지만 의사는 가능하면 환자 옆에서 진료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인터넷 공격을 최전선에서 탐지하고 막아내는 역할을 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불합리한 이원화’ 처지에 놓였다.
KISA는 2017년 전남 나주 이전을 앞두고 있다. 사무직원은 모두 내려가지만 인터넷침해 대응인력은 서울에 남는다. 2010년 지역발전위원회가 내린 결론이다. 현장대응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6년 전과 현재 잔류인원이 맞지 않다는 점이다. 그 사이 디도스 등 인터넷침해 공격이 많았고 대응 인력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잔류 인원은 6년 전 기준으로 정하다 보니 기준을 넘는 인원은 고스란히 지방으로 내려가게 생겼다. 인터넷침해 대응조직이 서울과 지방으로 쪼개질 위기다.
이를 ‘정규직 직원 이전을 줄이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에 기댄 정치적 구호로 여겨진다. 물론 인터넷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만큼 지역에서도 대응 임무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침해 대응의 본질을 놓친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과 사이버전이 벌어져 수도권 일대 인터넷이 공격을 당하고 있는데 탐지는 나주에서 하고 대응은 서울에서 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한 몸처럼 움직여도 대응이 될까 의문인데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될 일이 아니다. 더욱이 공격을 당한 뒤에는 서버와 네트워크 복구에도 나서야 한다. 국내 인터넷침해 사고 90%가 수도권에서 발생한다. 수시로 만나고 의견을 교환하는 협력기관도 모두 수도권에 몰렸다. 내려가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침해 대응에 꼭 필요한 인원만 남겠다는 것이다.
마침 지역발전위원회가 ‘KISA 이전계획 변경안’ 재심의를 앞뒀다. 무엇이 우리나라를 위해 더 바람직한지 합리적 결정을 바란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