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포화상태인 국내 카드 시장을 벗어나 해외 진출을 적극 꾀해야 한다.
최근 신한카드가 카자흐스탄 법인을 설립하고 비씨카드도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남아 일부 국가의 신용카드 낮은 사용률과 모바일 결제 확산은 국내 카드산업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현금이 여전히 강력한 지급결제수단이며, 신용카드 선호 비율이 매우 낮다. 선진화된 한국 카드 인프라를 현지에 적용하고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 은행과 통신, 유통사 등과 협력하는 ‘콜라보’가 필요하다.
틈새시장 공략과 함께 카드사의 리스크관리도 수반돼야 한다. 먼저 과도한 부가서비스 비용 축소가 절실하다. 부가서비스를 축소해 금융서비스 수수료 인하에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비정상적인 모집 비용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일부 모집인이 고객에게 지원하는 연회비는 시장 내 모집 단가를 기형적으로 상승시키고 그 피해는 대부분 일반 고객에게 돌아간다.
소액 결제 비중 급증에 따른 밴(VAN) 수수료 체계 개편도 풀어야할 과제다. 삼성페이로 촉발된 비서명 확대에 따라 전표 수거료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고객 밀착 마케팅 기법도 고민해야 한다. 고객 요구와 스마트폰으로 수집한 정보를 결합하는 ‘CLO(Card Linked Offer)’ 등이 대표적 사례다. 기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에서 벗어나 기존 거래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다. 고객은 CLO로 가맹점에 별도 쿠폰 제시 없이 카드 이용 시 할인받을 수 있고 가맹점은 목표 고객을 선정한 후 해당 고객이 실제로 사용한 금액만 비용으로 부담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CLO ‘BankAmeriDeals’ 출시 후 6개월 만에 4000개 이상 가맹점을 모집해 큰 성공을 거뒀다. 국내는 삼성카드가 링크 서비스를 통해 개인별 맞춤 혜택을 선보였고 신한카드 등도 유관 서비스를 속속 도입했다. KB국민카드도 지난 6월 스마트 오퍼링 시스템을 도입했고 비씨카드는 인공지능 마케팅 기법을 상용화해 마케팅 경쟁이 촉발되고 있다.
최근 지급결제 시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비금융기업과 관계 정립도 필요하다. 카드사와 협력하는 모양이지만, 플랫폼 주도권을 둔 경쟁도 불가피하다. 카드업계는 결제 고객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칫 이들 기업에 종속될 가능성도 있다. 현명한 역할분담과 이익배분 조율이 중요하다.
카드산업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엄청난 부대 수익을 올리는 잘못된 조직으로 카드사를 인식하는 국민 정서는 이해하지만, 국내 결제산업 인프라를 이끌어온 카드사 공로도 있다.
물론 그동안 카드사가 상당 부분 편법으로 부대 수익을 올리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 결제산업을 이끌어온 노력과 인프라, 그 성과도 무시할 수 없다. 무조건 한쪽이 잘못됐다는 일방적인 정책보다 시장 논리에 기반을 둔 상생 정책이 필요하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