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아타우알파가 패배한 이유

[데스크라인]아타우알파가 패배한 이유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가 그렇게 쉽게 잡힐 줄을. 1532년 11월 16일 벌어진 일이다. 그날 스페인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와 처음 마주쳤다. 아타우알파는 잉카 황제다. 그는 신세계에서 가장 크고 발달한 국가 절대 군주였다. 피사로는 신성 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를 대신했다. 피사로는 낯선 땅에 168명 오합지졸을 데리고 들어왔다. 아타우알파는 자신감이 넘쳤다. 그에게 조아리는 백성이 수백만명이다. 다른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8만 대군이 그를 호위했다. 순식간이었다. 두 지도자가 얼굴을 맞댄 지 불과 몇 분이 지났다. 피사로는 아타우알파를 냉큼 사로잡았다. 피사로는 이 위대한 인질로 역사상 가장 많은 몸값을 얻어냈다. 시작에 불과했다. 이 사건은 유럽이 잉카 제국을 정복하는 데 결정타를 날렸다.어째서일까. 피사로가 아타우알파를 사로잡았다. 그 반대가 아니고? 싸움이 시작되자 인디언 군사는 대항다운 대항을 못했다. 추풍낙엽처럼 스러졌다. 이날만 무려 7000여명이 전사했다. 피사로 측 사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는 ‘총, 균, 쇠’라는 저서에서 피사로가 이긴 이유를 밝힌다. 직접 요인은 기술력 차이다. 피사로 측 군인은 쇠칼을 비롯해 갑옷, 총, 말이 있었다. 그에 맞선 아타우알파 군대는 손에 돌, 나무곤봉, 손도끼를 들었다.

인디언은 말과 화승총을 전혀 몰랐다.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숨은 배경도 있다. 피사로가 남미까지 타고 왔던 배와 항해술이 있다. 스페인 정치조직과 문자도 주효했다.

400여년이 지났다. 말발굽 소리는 전장에서 사라졌다. 칼과 화승총도 별 의미가 없다. 다만 소리 없는 전쟁이 치열하다. MS, 구글, 오라클, 애플, 페이스북 등은 여러 국경을 무너뜨렸다. 수많은 소비자가 추종한다. 북유럽 업체가 만든 게임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광한다.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가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다. 이스라엘은 미국 다음으로 나스닥에 가장 많은 업체를 상장시켰다. 조용하던 아세안 국가 약진도 시작됐다.

한국은 부족한 자원과 좁은 영토를 극복했다. IT를 활용해서다. 한국을 강국으로 변모시킨 원동력이다. 이를 토대로 선진국 수준 발전을 이룩했다. 지금까지는 만족스러운 결과다.

정확히 얘기하면 한국은 IT하드웨어 강국이다. 추격형 성장전략은 서서히 한계에 달한다. 대기업과 재벌이 성장을 주도했다. 이들은 더 이상 국부를 창출하지 못한다. 철강 반도체 산업은 심각한 도전을 받는다. IT강국 슬로건은 아직 유효하다. 지속가능은 의문이다.

미래를 점친 분석이 쏟아진다. 다양한 시각을 꿰뚫는 패러다임이 있다. 창의성, 창업, 그리고 소프트웨어(SW)다. 미래 무기다. 역량을 쏟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곳이다. 시장 제품 가치는 부품, 하드웨어에서 SW로 옮겨갔다. SW는 산업 전반에 사용하는 공통언어다. 미래 언어라고도 불린다. SW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국가는 쇠퇴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새롭게 도전할 과제가 눈앞에 있다. 열심히 하는 시대는 창의적 시대에 뒤쳐진다. 창의가 곧 미래 자원이다. 창의가 발현되는 장은 창업이다. ‘치킨집’은 창업이 아니다. 창의를 SW에 담아 창업하면 금상첨화다. ‘실패에 따른 체면상실’이라는 굴레도 던져버려야 한다.

아타우알파 패배에서 확인했다. 수적 우위는 새로운 패러다임 앞에 무용지물이다. 새해를 준비하는 시점이다. 아타우알파에게 물어본다면 우리에게 어떤 충고를 할까.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