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기술 인력, 수요-공급 불균형 심각

방송통신기술 전문 인력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급과 수요가 맞지 않아 매년 1만5000명이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일용직 인력이 늘어나면서 처우 개선도 ‘발등에 불’이다. 기술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자격 검증 체계를 갖춰 시장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방송통신산업 가운데 기술직 인력은 4682명으로 올해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5000여명 안팎이 현재 수요인데 반해 매년 전문대학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력은 2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1만5000여명 가까운 방송통신 기술인력이 남아도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199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미디어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고 내다봤다. 이를 기점으로 언론·미디어 영상학과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시군별로 영상고등학교 등 미디어 산업 특화 고등학교도 생겨났다. 업계에서는 매년 2만명 수준 방송기술 전문인력이 배출되는 것으로 전망한다.

방송기술산업협회가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 방송언론 관련 졸업생은 연간 1만5000여명, 미디어 산업 특성화 고등학생 졸업생은 2만명이 조금 넘어섰다.

문제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방송통신기술 분야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상파를 비롯한 대부분 방송사업자가 4년제 대학 졸업을 입사 자격 요건으로 내세웠다.

방송기술산업협회 관계자는 “영상고등학교 졸업생 대부분이 목표로 잡은 방송계 진출이 어렵다”며 “과거에는 미디어 산업 특화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방송기술직에서 활동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아예 길이 막힌 상황”이라고 전했다.

방송통신 전문 인력을 위한 정부 지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산업 특화 고등학교 졸업생이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서 예산지원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방송인력이 대부분 음향·조명 분야에서 계약·일용직으로 고용되는 게 현실이다. 교육부나 중소기업청에서 특성화 고등학교 예산을 지원할 때 취업 증거로 4대 보험을 기준으로 삼는다. 프리랜서나 계약직으로 일을 하는 고졸 방송 기술직 인원이 포함되기 어려운 구조다.

방송통신사업자가 전문인력 채용을 미루면서 구직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방송산업 전체 기술직은 2009년 4954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줄고 있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기자·PD 등 보도나 방송 제작을 위한 인력은 늘지만 기술직은 채용을 줄이고 있다”며 “정규직을 뽑지 않고 계약직 형태로 고용하는 것도 업계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취업 문화도 문제다.

고졸 방송 인력 전문성을 인정하고 공급과 수요 균형을 맞추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다. 공공기관이나 학교, 호텔 등 대규모 사내 방송이 가능한 곳에서는 전문인력을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방송통신인적자원개발위원회 관계자는 “방송기술 분야에 특화된 직무 분류를 체계화하고 자격 검증으로 전문성을 확인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관련법에서 채용 의무화를 명시하면 채용난을 해소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방송산업 직종별 종사자 현황

자료 :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기술 인력, 수요-공급 불균형 심각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