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 <49> 꽉 막힌 조직문화, 시원하게 뚫는 방법

▲오늘의 고민

타이어 회사를 운영하는 나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계속되는 불황에 직원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를 얼른 뿌리 뽑지 않으면 회사 미래도 어두울 것 같다. 그래서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나름 노력했지만 쉽지 않다. 전문가를 초빙해 컨설팅을 받고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지만 직원은 그대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할지 나 대표는 갑갑하기만 하다. 혁신을 일으킬 획기적인 방법, 어디 없을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볼링할 때 스트라이크를 치려면 킹핀을 노려야 한다. 킹핀은 세 번째 줄 중간에 있는 5번 핀이다. 이 핀은 중앙에 있기 때문에 다른 모든 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회사에도 킹핀은 있다.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람이나 조직이다. 회사는 대대적으로 혁신할 때 이들을 먼저 공략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 전체로 변화 흐름을 쉽게 퍼뜨릴 수 있다. 이것을 경영학에선 ‘킹핀 전략(Kingpin Strategy)’이라고 한다. 이 전략은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첫째로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문제 중 가장 ‘우선 순위’로 변화시킬 부분을 찾아야 한다. 둘째, 그 부분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부서나 인물, 즉 ‘킹핀’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

이 전략으로 혁신의 스트라이크를 친 회사가 있다. 바로 넥센타이어(옛 우성타이어)다. 우성타이어 시절인 1999년, 이 회사는 법정관리를 받는 등 경영 불안을 겪고 있었다. 회사도 위태위태한 데 직원마저 “우리 회산 이제 망했다”며 자포자기 상태였다. 당시 새로 부임한 이규상 사장은 혁신을 목표로 회사 여러 문제를 살폈는데 그 중 조직문화에 퍼져있던 ‘패배의식을 없애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찾아냈다. 하지만 모든 조직원 의식을 한 꺼번에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그 다음으로는 킹핀이 될 부서부터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패배주의 없애기’란 우선 순위 목표와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킹핀 부서는 어디였을까. 바로 좌천된 직원이 많이 배치된 영업부서였다. 회사 인정은 물론이고 보상마저 제대로 못 받으니 의욕이 바닥을 길 수밖에 없었다. 이 영업부서를 어떻게 공략했을까. 영업사원에게 기를 팍팍 실어주기 위해 먼저 사장부터 나섰다. 직접 전국 지점을 돌며 영업사원 격려는 물론이고 영업부를 모아 워크숍도 열었다. 현장에서 나온 건의사항을 실무와 회사 정책에 즉각 반영했다. 자신 목소리가 바로 회사 변화로 연결되는 것을 목격하자 영업부에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 스스로 사무실 문을 박차고 나가 고객을 만나고 적극적 영업에 나서더니 눈에 띄는 매출 성과를 이뤄냈다.

희망이 움트자 조직 전체에 변화 분위기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던 부실기업이 단 3개월 만에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새로운 조직문화에 걸맞게 2000년에는 사명도 ‘넥센타이어’로 바꿨다. 이후 넥센타이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2015년 매출 1조7587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 최대 통신회사 ‘벨 캐나다’(Bell Canada) 또한 ‘킹핀 전략’으로 혁신을 이뤘다. 이 회사는 공영 통신회사로 있다가 치열한 시장으로 나오게 됐다. 고객 친화적 조직문화로 혁신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마이클 사비아 CEO는 무엇보다 현장에서 매일 고객을 직접 대하는 직원에게 ‘고객 친화적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란 점을 찾아냈다. 하지만 정작 직원에게선 변화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벨 캐나다는 현장 관리자를 킹핀으로 삼아 집중 공략했다. 그 중에서도 좋은 평을 받는 관리자 12명을 뽑아 집중 관리했다. 고객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조직 전체에 퍼뜨리는 임무를 부여하고 사명감을 한껏 불어 넣어준 것이다. 이들에게는 CEO·임원과 특별 간담회는 물론이고 다른 그룹 회의에도 참석하고 발언할 기회를 줬다. 널찍한 회의실, 모임을 위한 공식 시간 등 전폭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12명 킹핀은 적극적으로 다른 직원을 설득하고 끌어들였다. 덕분에 이 모임은 2년 만에 2000명 이상의 큰 커뮤니티로 발전해 나갔다. 고객 중심 문화도 조직 전체로 퍼져 나갔다. 이렇게 소수 킹핀로 시작된 변화는 벨 캐나다의 ‘120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업문화 변혁’을 이끌어냈다. 스트라이크가 연달아 터진 결과, 벨 캐나다는 2013년 영업이익률 40.2%로 글로벌 통신사 중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회사 조직문화를 획기적으로 혁신하고 싶은가. 벨 캐나다와 넥센타이어 처럼 조직 내 킹핀을 찾아내 공략해보는 건 어떨까. 혁신을 성공시키는 강력한 한방의 스트라이크가 될 것이다.

정리=김지영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 개발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