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KT가 오랜만에 웃었다. 기가인터넷 사업 덕분이다. 4일 KT는 기가인터넷 고객이 100만 가입자를 넘었다. 긍정 전망도 잇따라 쏟아냈다. 연말까지 가입자 220만 명을 달성하고 2017년까지 4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고용 창출 3만2000명, 생산 유발 효과 9조5000억원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기가인터넷 100만 가입자 돌파는 축하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장비업체는 지난해 혹독한 매출 감소에 떨었다. 한 장비업체 대표는 “4분기 기가인터넷 투자로 신규 장비 구매와 사업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지만 예상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실망했다. 외산 장비업계 관계자도 “전년 대비 20~30% 매출이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국산장비업체도 수십억원 적자에 고개를 숙였다.
업계 불황은 국내 통신 3사가 설비투자(CAPEX)를 줄인 탓이다. 장비업체는 목표로 제시했던 투자액보다 70~80%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롱텀에벌루션(LTE) 환경이 조성되고 차세대 네트워크 5G가 상용화하기까지 장비 시장이 ‘캐즘(협곡)’에 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네트워크 장비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으려면 5G 상용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불행히도 2020년이 돼야 실제 투자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네트워크 장비업계는 4~5년 간 혹한기를 버텨야 한다. 일부에서는 해외 시장과 사물인터넷(IoT)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미봉책이다. 무엇보다 통신사업자 의존도가 큰 산업인 만큼 통신사 투자가 절실하다.
KT가 기가인터넷 붐을 조성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KT 기가인터넷 100만 가입자 돌파가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인프라 투자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부디 다른 통신사업자 네트워크 투자를 이어지길 바란다. 그길만이 통신네트워크 장비업체를 살리는 길이고, 통신시스템 대외 종속을 막을 길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