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전자장비, IT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화석연료와 엔진 대신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자동차를 구동한다. 운전 중 졸음이 오면 휴게소에서 쉬지 않고 자율주행 기능을 작동하면 된다. 차 안 터치스크린에서 냉장고 속을 확인하고 장을 볼 수 있다.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전자제품에 가깝다. 여기에 맞게 LG와 삼성은 최근 자동차 부품 사업을 확대해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LG와 삼성이 CES 2016에서 자동차 전장(전기전자부품) 사업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일(현지시각)부터 9일까지 열린 ‘CES 2016’은 전자업계와 자동차업계 합종연횡(合從連衡)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전장사업에 진출한 LG와 삼성 행보가 두드러졌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부품 업계는 독일 ‘보쉬’가 부동의 1위다. 이어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 독일 ‘콘티넨탈’, 일본 ‘덴소’와 ‘아이신정기’, 현대모비스 순이다. 현장에서는 조만간 LG와 삼성이 순위권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자동차 전장부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2390억달러(282조원)에서 2020년 3033억달러(358조원)로 27%가량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과 LG가 탐낼만 한 시장이다.
자동차와 전자, 두 업계는 전략적 제휴를 맺고 미래 자동차 기술을 선보였다. 회의실 곳곳에서는 전자업체와 자동차업체의 만남이 이뤄졌다. LG전자에서 LG 신성장사업 추진단장으로 옮긴 구본준 부회장은 직접 전시장과 회의실을 오가며 자동차 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LG전자는 CES에서 자동차 전장 사업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글로벌 자동차 1위 기업인 폭스바겐, 3위 제너럴모터스(GM)와 기술 제휴 결과물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차세대 콘셉트 전기차 ‘버드-e(BUDD-e)’에 LG전자와 협력해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했다. GM은 LG전자의 전기모터, 배터리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핵심부품 11종이 들어간 차세대 전기차 ‘볼트(Bolt)EV’를 출시했다.
아우디는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실내 공간 콘셉트를 선보였다. 클러스터는 14.1인치 커브드 OLED 패널을 적용했고, CID는 14.1인치 햅틱 OLED 패널로 제작했다. 기존 공조장치 조작버튼은 8.4인치 햅틱 OLED 터치스크린이 대신했다. 아우디는 내년 출시하는 신형 A8 실내를 이번 콘셉트와 동일하게 적용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처음으로 커브드 OLED 패널을 양산차에 공급한다.
LG화학과 삼성SDI, 삼성전자는 CES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활약을 펼쳤다. 기아차, 아우디, 폭스바겐, GM 등 완성차 업체는 두 회사가 공급한 차량용 배터리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대부분에 장착했다. 최근 자동차 전장사업부를 신설한 삼성전자는 아우디에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TV,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이어온 전자업계 성장동력이 이제는 자동차로 무게중심을 옮겨간다”며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관련 기술과 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함께 미래 사회 ‘모빌리티(이동성)’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