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동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사이버세상’ 칼럼에 이어 박재민 건국대 교수의 ‘펀(Fun)한 기술경영’을 이번 주부터 연재합니다. 칼럼은 기업 내 어렵게만 느껴지는 기술경영, 혁신 이야기를 사례별로 풀어냅니다. 경영 트렌드는 물론이고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 혁신 과정을 통찰력 있게 보여줍니다.
디멘션(dimension). 공간의 크기, 높이, 너비, 길이를 말한다.
우리가 사는 공간을 3차원, 여기 시간을 더하면 4차원이 된다. 이 ‘차원’을 의미하는 단어다. 엉뚱한 면이 있는 사람을 부를 때도 이 단어를 끌어다 쓴다. 혁신적 비즈니스의 공통점을 지칭할 때도 디멘션을 쓴다.
에어비앤비(Airbnb)란 회사가 있다. 예전엔 여행객이 잘 곳을 찾으려면 호텔을 찾았다. 그런데 이 회사는 떡하니 개인집을 여행객에게 내놓고 알선한다. 독특한 경험, 현지인 집으로 떠나는 여행이 포인트다. 구글에 에어비앤비라고 치고 조금만 품을 팔면 멋지고 낭만 있는 ‘잘 곳’이 넘쳐난다. 알프스의 산장, 고성, 나무 위에 지은 집, 1만원대부터 수백만원이 넘는 곳까지 등장한다. 여행이란 게 일상과 익숙한 곳을 벗어나는 게 아닌가.
말도 탈도 많지만 우버(Uber)란 회사는 기업가치가 500억달러를 넘었다.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우리 돈으로 1조2000억원을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을 지칭하는 ‘유니콘’의 대장격이다. 페이스북 다음으로 기업가치 500억달러를 넘어선 두 번째 유니콘이다. 우버 비즈니스 핵심 모델은 ‘택시 타지 말고 자가용 어때요?’다. 거기다 차량은 깨끗하고 기사는 친절하다. 음료수까지 제공하는 고급 승용차라면 더할 나위 없다.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공통점은 디멘션 늘리기다. 서비스 공간과 시간을 조금 확장했는데 혁신적 상품이 나오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디멘션은 예전에도 기업경영에 키워드였다. 새로운 고객, 시장, 기능 등 기업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니치마켓(틈새시장), 블루오션이란 것도 유사한 노력이었다.
최근 디멘션 혁신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혁신적 기술의 등장이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역시 GPS와 모바일결제 같은 이런저런 기술이 융합하면서 가능했다. 페이스북, 카카오택시 등장도 마찬가지다.
블룸버그링을 하다보니 재미있는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이 알람시계는 빵 냄새로 당신을 깨워요”다. 느낌은 온다. 맞춘 시간이 되면 빵 굽는 냄새가 시계에서 나온다. 소리나 진동이 아닌 냄새다. 배꼽시계다. 제품 사진을 보니 디지털 알람시계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시계 기능에 빵 냄새를 발생하는 기술이 융합한다. 크로와상과 어울리는 파리의 한 스타트업이 만들었다.
기술이 좋다보니 구글 사이언스 페어에서 상도 탔다. 구글 프랑스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기능과 수익모델도 그럴싸하다. 크로와상은 물론 에스프레소, 페퍼민트, 초콜렛 등 냄새도 다양하다. 가격은 109달러. 전형적인 ‘면도날 비즈니스 모델’이다. 30회 쓸 수 있는 캡슐 2개에 10달러 90센트. 기계값 10분의 1이다. 한 달에 5달러 정도 돈이 든다. 청각에서 후각으로 디멘션을 혁신했다. 디멘션 혁신, 왜 기업이 고민해야 하는지 와닿는다.
요즘은 출시 전부터 상품을 판다. 봉이 김선달 수준이다.
‘냄새 시계’는 작년 여름에 킥스타터에서 후원 받기 시작했다. 제품 나오기 전에 그 제품을 사고 싶어서 투자한 사람들이다. 일찍 후원했던 사람은 올해 5월 즈음 제품을 받는다. 1년을 기다려 새 제품을 받는다. 이미 나온 제품을 구입한 게 아니라 기업을 후원하고 그 보상으로 ‘냄새 시계’를 나중에 받기 때문이다. 킥스타터는 후원금을 모아 제품을 개발한 회사에 넘겨주고, 회사는 이 돈으로 제품을 만든다. 이를 크라우드 펀딩이라 한다. 이 역시 디멘션 혁신의 산물인 셈이다.
소비자는 없는 제품을 투자하면서 무엇을 얻었을까. 기술을 보고 해당기업과 혁신적 제품 등장을 예측했다는, 그 제품이 인류의 삶을 바꿀 것이라는, 그리고 그 기업이 궁극적으로 삶을 윤택하게 만들 것이라는 ‘통찰력’을 얻지 않았을까.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newpolicyf@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