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4년. 차세대 통신 ‘5G’가 상용화된다. 롱텀에벌루션(LTE) 망 구축이 마무리 된 국내시장에서 2020년까지 통신·네트워크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통신사 설비 투자만 바라보는 네트워크 장비 업체는 빙하기다.
과거 빙하기에 수많은 생물이 멸종했다. 급작스런 환경 변화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장비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급격히 줄어드는 통신사 설비 투자로 적자 출혈 중인 장비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한 네트워크 장비업체 대표는 “5G 상용화에 맞춰 새로운 투자가 이뤄지기 전 고사 업체가 쏟아질 것”이라며 “국산 네트워크 장비 산업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기업은 생존을 위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통신 3사에 의존한 수익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다. 시장규모가 작고 외산 일색인 공공 시장보다 가능성이 높다.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다산네트웍스는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을 전체 매출 절반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시장 다변화를 하지 않으면 빙하기를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국산 장비업체는 드물다. 불경기를 넘으면서 살아남은 업체조차 드물다. 대부분 당장 먹고 살 걱정뿐이다.
5G를 기다리는 5년 동안 국산 네트워크 장비업체가 대부분 고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제품과 앞선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로 무장한 미국 제품이 시장을 잠식할 것이 자명하다.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네트워크 장비는 찾아보기 힘들다.
기술 국산화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근간을 뒷받침했던 네트워크 장비 산업이다. ICT 대들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연구개발(R&D) 투자로 선진 기술력을 확보하든,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하든, 새로운 카드를 꺼내야할 시기가 왔다. 정부가 우선해야 할 일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