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취임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일주일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취임 사흘째였던 15일은 유독 그랬을 것이다. 유 부총리는 아침 평택항을 찾아 수출 현황을 점검했고, 점심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회동했다. 저녁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총회 참석을 위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평택항 방문은 부총리 취임 후 ‘첫 현장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출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AIIB 창립총회는 예정된 행사인 만큼 참석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다소 의외인 일정은 한은 총재와 회동이다. 취임 사흘 만에, 바쁜 일정 가운데 한은 총재부터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양대 경제 수장 간 만남이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현오석 전 부총리는 취임 두 달이 지나서, 최경환 전 부총리는 취임 닷새 만에 한은 총재와 만났다. 회동 시기가 점차 앞당겨지는 모습에서 부총리와 한은 총재 만남은 ‘상견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조화를 위한 만남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한은 독립성 훼손이다. 중앙은행 독립성 유지는 통화정책이 정치 논리에 좌우되지 않기 위한 최소 장치다. 독립성을 침해하면 경제현상이 왜곡된다.
2014년 최 전 부총리는 이 총재를 만난 뒤 “금리의 ‘금’자 얘기도 안했지만 ‘척하면 척’이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최 전 부총리는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했지만 한은 독립성 훼손 우려는 씻을 수 없었다.
유 부총리는 이전부터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자주 했다. 이번 만남을 앞두고도 “금리의 ‘금’자도 못 꺼내게 돼있는데, 당연히 그런 얘기는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평소 신념을 유지하길 기대한다. 지금이 총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임을 고려하면 조심에 조심을 거듭해도 모자라지 않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