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재 모시는 中, 인재 내쫓는 韓

“BOE, 차이나스타, CEC-판다 같은 중국 패널업체에 가보면 한국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기업 이해도가 높고 한국문화도 잘 아니 구매, 기술, 전략 등 요직을 맡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들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을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요즘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 공통된 생각이다. BOE에 인수된 하이디스 인력은 물론이고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출신과 대만 기업 출신이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에 포진했다. 내부에서 파벌을 형성할 정도로 특정 기업 출신이 다수 근무하는 사례도 많다.

업계에선 “40대부터 명예퇴직을 고민하는 국내 현실과 비교해 높은 연봉과 근무기간을 보장하는 조건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례는 각각 다르지만 연봉은 9배, 보장 근무기간은 최대 5년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내가 원하는 연구진을 20명 이상 마음대로 구성하고 연구결과에 일체 간섭하지 않는 파격적 조건을 걸었다”고 털어놨다. 정부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줄어 학생 연구비도 보전해주기 힘든 상황에서 교수도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비싸고 성능 좋은 장비·재료로 생산 라인을 채워도 수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공장 운영,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전문 인력 노하우가 핵심이다. 실무에서 좌충우돌하며 쌓은 노하우가 성능과 수율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현실은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다. 40대부터 명예퇴직에 대한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실력보다 나이 때문에 밀려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퇴직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관리·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현실적인 인력유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퇴직자를 대학 산학협력 교수로 초빙하는 등 기업과 정부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느 산업이든 결국 사람이 핵심이다. 기술 유출은 도면이 아닌 사람의 지식과 경험이 빠져나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