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노광 장비 전문 업체 ASML이 자사 차세대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노광 장비가 2018년 최신 반도체 양산 라인에 도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7나노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공정 라인부터 EUV 장비가 본격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ASML코리아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미콘코리아 2016 기술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회사 비전과 노광 분야 기술 동향을 발표한다.
금속 설계 패턴이 새겨진 마스크(mask) 원판 위로 빛을 쪼이면 마스크를 투과한 빛은 감광액(photoresist)이 도포된 웨이퍼로 전사돼 회로 패턴이 새겨진다. 이러한 과정을 반도체 업계에선 노광(露光, exposure)이라 한다. 증착, 식각, 세정 등 무수히 많은 반도체 생산 공정 가운데 노광은 가장 핵심으로 꼽힌다.
현재 양산 라인에서 활용되는 노광 장비는 193nm 빛 파장을 갖는 불화아르곤(ArF) 엑시머 레이저와 액침(液浸, immersion) 기술을 활용해 해상력을 높인 이머전 장비다. 이 장비가 물리적으로 그릴 수 있는 최소 미세 패턴은 38나노다. 더 미세한 패턴을 그리려 한다면 빛 회절(回折, diffraction)과 이로 인한 산란(散亂, scattering)으로 간섭이 일어나 원래 마스크 패턴과는 다른 왜곡된 상이 웨이퍼에 맺힌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은 30나노 미만 반도체를 생산할 때 회로 패턴을 두 번 혹은 세 번에 나눠 그리는 멀티 패터닝 기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는 공정 시간과 비용 증가를 야기한다.
EUV는 자외선(UV)과 X선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다. 반도체 공정용 EUV는 13.5nm 파장을 가져 10나노 미만 회로 패턴도 한 번에 그려 넣는 것이 가능하다. 그동안 EUV가 양산 라인에 도입되지 못했던 이유는 웨이퍼 처리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EUV는 자연계의 모든 물질에 흡수되는 성질을 가졌다. 심지어 공기에도 흡수된다. 따라서 기존 노광 장비처럼 투과형 렌즈를 사용할 수 없다.
ASML EUV 장비는 다층 박막 특수 거울로 EUV 빛을 반사시켜 웨이퍼에 닿게 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사 과정에서도 빛이 흡수되기 때문에 광원이 웨이퍼에 닿을 때는 이미 엄청난 양의 손실이 발생한 이후다. 웨이퍼 처리 속도가 늦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2012년 중반 ASML이 내놓은 EUV 테스트 장비는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이 10장을 넘지 못했다.
최근 기술 진전을 이뤘다. ASML은 지난해 고객사 공장에 설치된 EUV 장비에서 하루 웨이퍼 처리량 1022장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올해 목표는 일 처리량 1500장을 달성하는 것이다. 여전히 최신 이머전 장비(일 처리량 5000~6000장)와 비교하면 처리량이 낮지만 여러 번하던 패터닝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기에 전체적으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ASML이 강조하는 내용이다. 기존 이머전 장비로 7나노 칩을 생산하려면 총 33개 마스크를 사용해야 하지만 EUV 장비는 단 9개만 쓰면 된다.
김영선 ASML코리아 사장은 “반도체 산업이 한층 더 발전하려면 미세화 공정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EUV 노광 솔루션이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ASML은 목표대로 EUV를 양산 공정에 도입하고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도록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ASML코리아는 올해 세미콘코리아에서 작년 하반기 새롭게 출시한 이머전 장비 트윈스캔 NXT:1980Di도 공개한다. 이 장비는 오버레이와 포커스 성능을 높여 전 세대 장비(NXT:1970Ci) 대비 10% 개선된 시간당 275장의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