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3GS 시절부터 2세대인 ‘S’가 진리로 통한다. 아이폰4S가 그랬고 5S도 마찬가지였다. 이전 버전과 디자인이 같음에도 언제나 ‘대박’을 터뜨렸다.
원래 S는 성공하기 힘들다. 일단 디자인이 전작과 같다. 새로운 모델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요즘에 구형 모델을 사는 느낌이 강하다.
아이폰은 달랐다. 디자인은 같지만 늘 새로운 기능으로 구매 의욕을 불태우게 했다. 새 제품은 아니지만 완성형 모델로 소비자 신뢰를 받았다.
아이폰4S에는 최초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택했고 5S에서는 지문인식 기능인 터치 아이디를 탑재했다. 안정적인 운용체계(OS)로 사용자가 크게 느끼진 못해도 매번 프로세서도 업그레이드 했다.
6S에서도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터치 압력을 인식하는 3D 터치를 첫 적용했고 아이폰 사용자 숙원이던 메모리 용량을 4년 만에 1GB에서 2GB로 두 배 끌어올렸다. 아이폰6 사용자 불만이던 메모리 부족 현상을 해결했다. 제품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제품이 휘는 걱정도 덜어줬다.
덕분에 아이폰6S에서도 성공 공식이 이어지는 줄 알았다. 실제로 지난해 아이폰6S 출시 첫 주 판매량은 1300만대로 지금까지 나온 아이폰 모델 중 가장 많이 팔았다. 직전 모델 아이폰6 1000만대에 비해 30%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정작 실적을 들여다보니 ‘S 성공 공식’이 아이폰6S에 와서 깨졌다. 출시 첫 주 판매량을 경신하며 대박을 예고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체 판매량이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6S 효과가 미미했다는 의미다. 특히 4분기 실적은 9월 출시한 아이폰6S 평가를 오롯이 담아서 더욱 그렇다.
사실 아이폰6S 부진은 예고됐다.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부품 주문 축소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기업정보 매체 배런스 온라인은 퍼시픽 크레스트 증권 보고서를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6S용 부품 주문을 출시 일주일 만에 15%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연초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아이폰6S와 6S플러스 올 1분기 생산량을 계획보다 30% 줄인다고 밝혔다. 출시 초기 예상보다 판매량이 적어 유통점에 재고가 쌓였기 때문이다.
아이폰6S 부진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달러 강세로 신흥국에서 가격이 올랐다. 최근 인도에서 가격을 낮춘 게 이를 증명한다. 중국 경기 침체도 발목을 잡았다.
3D 터치가 소문만큼 편리하지 않고 지원하는 앱이 많지 않은 것도 아이폰6S 부진을 부추겼다.
최근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길어진 탓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 휴대폰 교체주기가 아이폰 첫 등장시기인 2009년에 비해 최근 10개월 가까이 늘었다.
<아이폰 모델별 출시 첫 주 판매 실적>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