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시장 기기변경 건수가 1000만건을 돌파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12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기변 건수는 1012만5071건이다. 번호 이동은 700만건에도 미치지 못했다.
경쟁사보다 많은 지원금(보조금)을 실어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 게 이통사 과거 사업 전략이었다. 시시때때로 불법 지원금이 판을 쳤고 시장은 과열됐다. 정부 단속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통신시장 경쟁 방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원금이 투명하게 공시되고 번호이동과 기변 간 지원금 차별이 금지됐다. 번호이동을 하면 유심을 새로 구매하고 기존 멤버십, 마일리지 같은 혜택이 사라진다. 지원금이 똑같기 때문에 번호이동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이통사도 기변 고객을 겨냥한 서비스를 늘리기 시작했다. 1년여 만에 통신시장 패러다임이 확 달라진 것이다.
현재까지는 긍정적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해지율은 2.3~2.5%로 해외 주요 시장과 비교해 매우 높았다. 이 수치가 낮아지기 시작했다. 시장 안정화를 정의하는 적정 수치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한 방향으로 시장 안정화가 진행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남은 과제도 있다. 정부는 여전히 해지율이 높다고 본다. 반면에 번호이동이 지나치게 줄어 시장 고착화로 귀결되는 것도 정부 목표는 아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느 정도 경쟁은 필수다. 수년째 이어지는 5:3:2 시장점유율 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경쟁 촉진책이 필요하다.
역설적이면서 어려운 과제다. 기변 고객이 늘면 번호이동이 줄 수밖에 없다. 적정한 번호이동을 유지하면서 시장 안정화까지 꾀해야 한다. 우산장수와 부채장수 아들이 둘 다 잘 되기는 쉽지 않다. 정부는 올해 단통법 성과를 점검하고 제도를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안정화와 경쟁 활성화, 소비자 혜택 강화를 아우르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