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가 만리장성을 넘었다. 중국 대부분의 은행을 협력사로 끌어들이면서 알리바바, 텐센트 등 현지업체와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일 IT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애플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오는 8일 중국 전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중국 춘절 시즌에 맞춰 현지 19개 은행이 협력사로 참여해 사실상 모든 지역에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애플페이 중국 시장 진출에 따라 한국도 서비스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모바일결제 시장을 선점한 알리바바 알리페이, 텐센트 위챗과도 시장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애플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대부분 은행을 협력사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협력사는 중국농업은행, 중국은행, 광주은행, 상해은행, 중국건설은행, 광대은행, 광파은행, 흥업은행, 중신은행, 초상은행, 중국민생은행, 중국공상은행, 평안은행, 중국우정저축은행, 포파은행 등이다. 최근 4개 은행과 추가 제휴해 19개 은행이 애플페이를 연동한다.
이들 은행은 사실상 중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이 중국 전역 인프라를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애플페이는 알리페이 등과 경쟁을 위해 다수 온라인 결제 사업자도 끌어들였다. NFC 기반 오프라인 결제 가맹점 확보뿐 아니라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도 애플페이 사용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다.
이미 대중평점과 VIP닷컴, 이다오택시, 차이나항공 등 온라인 사업자와 애플페이 지불결제 연동 막바지 작업 중이다.
O2O기반 업자 협력도 예상된다. 중국 현지 상황에 맞게 택시 등 생활 밀착형 앱 서비스사업자에게 파격적인 수수료 혜택도 내세웠다. 전방위 ‘애플페이 진영’ 구축에 나선 것이다. 상당수 온라인 지불결제 사업자가 애플페이를 연동하면 알리페이나 텐페이 등 온라인 시장을 독식했던 선두 사업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애플은 애플페이 서비스 시작에 앞서 ‘애플페이 지불결제 방법 등을 담은 소셜(SNS) 시연 동영상을 제작해 중국 전역에 배포할 방침이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동영상에는 중국 독점 사업자인 유니온페이(은련) 카드를 통해 결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협력 은행과 온라인 결제 사업자를 통한 홍보도 곧 착수한다.
보수적인 중국 시장에 애플페이 진출이 가능했던 것은 파격적인 결제 수수료 인하 정책 덕분이다. 지난해 애플은 현지 은행과 결제 수수료 문제로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애플이 다른 국가와 달리 중국 결제 수수료를 5분의 1로 낮추면서 협력을 이끌어냈다. 애플과 중국 현지은행 간 결제 수수료는 0.03%로 최종 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가는 0.15% 수준이다.
애플페이가 중국 결제 수수료 비중을 낮춘 만큼 한국도 보다 적극적인 협상을 펼쳐 수수료 문제를 중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 최종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해서 애플은 함구하고 있지만 현지 금융사 관계자들은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한국에서도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선 NFC 결제 단말기 버전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결제 단말기에서 애플페이 결제를 연동하면 버전 문제로 결제가 안 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자카드와 애플사 간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단말기 보급 문제다. IC결제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는 한국에서 NFC 결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때문에 아직 MS와 IC혼용 단말기가 절대 비중을 차지한다. 일각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비자카드 등이 NFC 기반 결제 단말기를 한국에 대거 보급할 것으로 알려져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