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제약회사 팀장 A씨는 ‘그룹통화’ 덕분에 하루 일과가 편해졌다. A팀장은 거래처 납품 현황을 하루 두 번 점검하고 특이사항까지 파악하기 위해 하루에도 팀원과 수십통의 전화를 해야 했다. 그룹통화를 활용하면서 두세 차례면 통화가 끝났다. 지점별 팀장 회의도 따로 모일 필요가 없어 시간을 크게 절약하게 됐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그룹통화 서비스가 전화를 이용하는 풍경을 바꾸고 있다. 지금까지 100여년 간 전화는 일대 일 통화가 기본이었다. 한 번에 한 사람과만 통화할 수 있었다. 여러 사람과 동시에 이야기를 하려면 한 자리에서 만나거나 고가의 콘퍼런스 콜 장비를 설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룹통화는 이 벽을 무너뜨렸다. 여러 사람과 동시에 무료로 통화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그룹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SK텔레콤이 유일하다. ‘T그룹 온’이란 서비스다. 서비스 특징은 장벽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우선 인원 제한이 없다. 열 명도 되고 만 명도 가능하다. 통화 요금도 무료나 마찬가지다. 그룹통화 방을 만든 방장이 SK텔레콤 고객이고 통화무제한 요금제에 가입했다면, 방에 초대된 모든 사람은 따로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 특수번호(050·1588 등)를 제외하면 유선전화도 그룹통화에 낄 수 있다. ‘피처폰’으로 불리는 2세대(G) 휴대폰도 가능하다.
경쟁자로는 무료통화 서비스가 있다.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이 대표적이다. 다섯 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통화 전문 서비스가 아니어서 몇 가지 제약이 따른다. 무엇보다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이용할 수 없다. 당연히 피처폰과 유선전화는 제외된다. T그룹 온은 이와 달리 주소록에 전화번호가 등록되지 않은 사람까지 그룹에 참여할 수 있다. 보이스톡은 와이파이 환경이 아니라면 참여자 모두의 데이터가 소모된다는 점도 차이다.
T그룹 온은 지난해 6월 데이터중심요금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극적인 성장 계기를 맞았다. 모든 요금제 구간에서 음성통화가 무제한 제공되자, 서비스 이용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직전 6개월 동안 T그룹 온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2만명이었는데, 직후 6개월은 10만명이었다. 다섯 배나 증가한 것이다. 하루 평균 방 개설 수도 1500개에서 2000개로 늘었다. 2013년 6월 출시한 이 앱 다운로드 수는 1월 말 현재 70만건을 돌파했다.
그룹통화는 일상에서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업무에 적극 활용하는 회사가 많다. 모바일 메신저보다 응답률과 전달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 자리에 모일 필요 없이 그룹통화로 정보전달과 피드백이 이뤄진다. 긴급하게 모두의 의견을 모아야할 때 특히 유용하다. 한 명씩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하는 사람들도 이 서비스를 선호한다. 가족회의에 사용하기도 한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의 빈틈을 파고든 셈이다.
그룹통화는 소위 ‘돈 되는’ 서비스가 아니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은 일반고객 대상 그룹통화 서비스가 없다. 기업대상 서비스만 있다. 그럼에도 SK텔레콤이 T그룹 온을 강화하는 것은 결국 ‘서비스 차별화’ 때문이다. 자사 고객을 만족시키고, 타사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렸다. 새로운 문자메시지 서비스 ‘여름’을 출시하거나,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을 타사 가입자에게 개방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조응태 SK텔레콤 상품기획본부장은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생겨나고 있지만 실제 통화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SK텔레콤은 고객 관점에서 실제 필요한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출시해 모바일 생활 플랫폼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