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내놓은 ‘중력파 존재’ 이론은 옳았다.
과학자들이 13억년 전 충돌한 두 개의 거대한 블랙홀이 합쳐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사상 처음으로 찾아냈다. 이는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중력파 파동이 시공간을 휘어지게 한다는 것(워프,warp)을 알아낸 세기적 사건이다.
미국,한국,영국,독일 등 13개국 과학자 1천여명이 참여한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LIGO)연구단과 유럽연합(EU) 버고(Virgo)협력단 등은 11일(현지시각) 워싱턴 D.C., 영국 런던, 이태리 피사 등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중력파 검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라이고 과학자들은 지난해 9월 14일 오전 5시51분(미동부표준시) 미국 루이지애나 리빙스턴과 워싱턴주 핸퍼드에 있는 2대의 첨단레이저간섭계검출기(LIGO,라이고) 등을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L형태의 간섭계는 길이가 4km에 이르는 거대한 검출기다.
이 내용은 국제학술지 피지컬리뷰 레터에 실렸다. 이 논문에 이형목 서울대교수(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국가수리과학연구소,한양대, 부산대, 인제대, 연세대 소속 국내 과학자 14명도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중력파의 발견이 엄청난 의미를 갖는 이유
중력파의 존재는 지난 1915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해 최초로 예언됐다. 중력파는 초신성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충돌할 때 물결 파문형태로 발생해 우주공간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이 파동은 시공간의 곡률을 휘어지게(워프) 만든다.(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의 핵심은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에 따라 중력파로 블랙홀과 중성자별을 조사할 수 있게 됐다. 이 발견은 또한 인슈타인의 예언대로 중력파가 빛의 속도로 여행하는지를 확인하는데도 도움을 주게 될 전망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처음으로 시공간이 휘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우리의 우주가 빅뱅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확인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자문한 것으로 유명한 킵 손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중력파를 만들어 낸 2개 블랙홀의 충돌은 우주의 시공간에 거센 폭풍을 만들어냈고 이 안에서 폭풍은 시간을 더 빠르게, 느리게, 다시 빠르게 만들었고, 공간이 이런 저런 방식으로 구부러졌다”고 말했다.
라이고 참여 과학자들은 두 개의 블랙홀이 태양질량의 29배에서 36배에 이르며, 충돌이 13억년 전에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또한 태양의 약 3배 정도 되는 질량이 아주 짧은 순간에 중력파로 전환됐다고 보고 있다.
■중력파를 오디오신호로 전환해 듣다
과학자들은 루이지애나와 워싱턴에 있는 2기의 레이저의 레이저간섭중력파천문대(LIGO)를 통해 이 중력파 출력이 우리가 보는 우주(visible universe) 중력파의 50배 정도라는 것을 알아냈다.
과학자들은 검출된 중력파를 오디오파신호로 전환해 두 개의 블랙홀이 서로 소용돌이 치다가 더 큰 하나의 블랙홀로 합쳐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매튜 에반스 매사추세츠공대(MIT)교수는 “우리는 실제로 한밤중에 블랙홀이 부딪쳐 ‘쿵’ 하는 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구로 도달하는 신호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를 스피커에 연결했다. 우리는 3개의 블랙홀이 ‘우와’(Whoop)하는 환상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또한 블랙홀이 우리태양계 태양의 30배 질량을 가지며, 충돌하기 전에 빛의 속도에 가깝게 서로의 주위를 돌다가 합쳐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한쌍의 블랙홀은 서로의 주변을 돌다가 중력파에너지의 방출을 통해 에너지를 잃어가면서 수십억년의 기간에 걸쳐 서로에게 접근하게 된다. 마지막에는 훨씬더 빠른 속도로 접근하게 된다.
충돌 직전의 마지막 찰나에 두 개 블랙홀은 빛의 절반 속도로 충돌해 하나의 더 거대한 블랙홀을 만들면서 아인슈타인의 E=mc2의 공식에 따라 질량을 에너지로 바꾸게 된다. 이 에너지는 최종적으로 강력한 중력파 폭발 형태로 방출된다.
페터 프리첼 라이고 수석과학자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수십분의 1초 만에 방출된다. 아주 짧은 순간이긴 하지만 중력파의 실제 출력은 보이는 우주의 모든 빛의 출력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이 중력파는 10억여년 후 지구를 통과해 지나가기 전에 물결처럼 파동을 일으키며 우주에 퍼져나가 효율적으로 시공간을 휘게 만들었다.
애베이 애스테커 펜슬베이니아대 중력 및 우주연구소 소장은 “무거운 천체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휘게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중력으로 인해 그 효과는 최소화된다. 물론 거대하고 밀도높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은 예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천체가 충돌하면 우주 시공간의 곡률에 파동을 내보내며, 이는 중력파를 전파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을 가지고 있는 우주물질로 가득한 공간으로서 지난 1971년 처음으로 그 존재가 알려졌다. 중성자별들은 도시 크기의 작은 별이지만 거대한 별인 초신성이 죽어서(폭발후 식어서) 생긴 별로서 엄청나게 무겁다.
논문 공동저자인 옥스퍼드대 물리학과 필립 로드시아들로스키교수는 “중력파의 발견은 지난 50년간 우리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이자 지난 2012년 힉스 보손 발견 이래 가장 중요한 발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뉴튼의 중력법칙도 전혀 작용하지 않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중력장 속에 있는 천체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번에 검출된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아주 잘 대변한다. 이전에 테스트된 적이 없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옳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이 천체들이 서로의 주위를 돌면서 중력파형태로 에너지를 잃었을 것으로 추론해 냈다.
중력파에 대한 최초의 증거는 1974년 발견됐다. 러셀 앨런 헐스, 조지프 후튼 테일러는 지구로부터 2만1천광년 떨어진 곳에서 이상한 패턴으로 돌고 있는 한쌍의 중성자별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들은 1993년 ‘이중펄사의 발견과 중력파의 연구’ 공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중력파 발견의 의미는?
연구팀은 블랙홀이 충돌하기 전 마지막 수밀리 초를 추적해 중력파를 검출해 냈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예언한 중력파의 존재가 확인된 것은 어떤 의미일까?
중력파를 연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여지껏 미스터리에 싸여 있던 초기 우주에 대한 통찰력을 얻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중력파의 발견에 따라 블랙홀과 중성자별 같은 수수께끼의 물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되는 등 우주관찰의 새로운 창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즉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우주의 모든 것은 라디오파,가시광,적외선,X선,감마선 등을 통해 확보한 정보다. 하지만 이런 파장은 우주를 돌아다닐 때 방해를 받는다. 따라서 우리가 관측한 우주의 모습은 일부만을 보여준다.
하지만 중력파는 이런 방해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중력파를 통해 보다 풍부한 우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예를 들면 블랙홀은 빛,라디오파 등을 내뿜지 않는다. 하지만 중력파를 발생시키므로 이를 통해 블랙홀에 대한 더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게 된다.
중력파는 가시광망원경 등으로 볼 수 없는 우주의 거대한 부분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들은 우주 너머의 더 깊숙한 부분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이는 우주의 역사를 더 잘 알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중력파를 발견하게 됨으로써 천문학자들은 암흑우주를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BBC에 출연해 “중력파는 우주를 완전히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를 발견한 능력은 천문학의 혁명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킵 손 칼테크 박사는 “라이고는 중력파연구의 시작일 뿐이다. 향후 10~20년간 우리는 4개의 중력검출기를 통해 우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아인슈타인 박사는 1915년 일반 상대성이론을 통해 거대한 물질은 중력의 영향을 받는 시공간의 왜곡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치 거대한 고무시트의 중심의 볼링공이 놓였을 때 왜곡된 모습에 비유됐다.
공이 고무판을 왜곡시킴에 따라 행성은 시공간의 섬유를 구부리면서 우리가 느끼는 중력을 만들어낸다.
아인슈타인은 만일 두 개의 거대한 천체가 합쳐지면 우주시간에 거대한 파동을 일으키며, 지구에서도 이를 검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재구 전자신문인터넷 국제과학 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