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차세대 아이폰에 듀얼 카메라를 적용키로 확정하면서 스마트폰 부품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던 스마트폰 시장이 주춤하면서 부품 업계도 영향을 받았지만 애플을 필두로 메이저 스마트폰 기업이 신기술과 신제품 채택을 가시화하면서 성장 모멘텀이 다시 마련되는 양상이다.
◇애플·삼성·LG, 잇달아 듀얼 카메라 채택
올해 스마트폰 부품 중 가장 큰 변화는 단연 ‘듀얼 카메라’가 될 전망이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애플과 삼성전자가 듀얼 카메라 채택을 준비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오는 9월 공개 예정인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7(가칭)’에 듀얼 카메라를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카메라 부품을 만드는 기업과 계약을 맺고 이르면 2분기 중 듀얼 카메라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9월 공개하고 10월 출시해온 것을 감안하면 3분기 부품 공급 가능성도 있다.
애플이 듀얼 카메라를 쓰는 건 처음이다. 애플은 사진이나 영상 개선뿐 아니라 3차원(D) 촬영 듀얼 카메라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듀얼 카메라가 카메라 두 개를 단순히 붙여 놓은 것이라면 애플은 전혀 다르게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며 “3D 구현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과 비슷한 시기, 삼성전자도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을 출시할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실적 설명회에서 “3분기 초 듀얼 카메라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익찬 삼성전기 상무는 “지난해 초부터 차별화된 듀얼 카메라 제공을 위해 내재 개발은 물론이고 대외협력을 병행해 왔다”며 “듀얼카메라 고객 군은 밝힐 수 없지만 3분기 초 출시 예정이며 소비전력을 낮추고, 면적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밀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 카메라 모듈 핵심 협력사다. 때문에 삼성전기 듀얼 카메라 역시 삼성전자에 우선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 듀얼 카메라 출시 시점이 3분기임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채택될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과 삼성에 앞서 LG전자도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G5’에 듀얼 카메라를 넣기로 확정하고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LG전자는 G5에 1600만 화소와 8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한다. LG이노텍과 아이엠텍이 공급을 맡는다.
◇왜 듀얼 카메라인가
듀얼 카메라는 쉽게 표현해 카메라 두 대를 하나로 합친 것이다. 렌즈 두 개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다양한 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일례로 듀얼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각각의 렌즈에서 배경과 피사체 초점을 따로 잡아 화질을 개선할 수 있다.
많은 대상을 사진이나 영상에 담는 것도 가능하다. 120도, 80도 같이 각각 화각이 다른 렌즈를 사용할 경우 더 넓은 배경과 더 많은 인물을 찍을 수 있다.
원근감 표현도 듀얼 카메라 장점으로 꼽힌다. 입체감 있는 사진과 영상 제작에 적합하다. 최근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상현실(VR)과 맥이 통하는 대목이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1600만, 2000만까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소 경쟁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이에 스마트폰 제조사와 관련 부품 업계는 카메라 기능을 차별화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듀얼 카메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듀얼 카메라 부상은 소비자 관점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의 등장일 뿐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스마트폰용 카메라 시장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듀얼 카메라로 부품 수량은 두 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단 부품별 사양은 낮아질 수 있어 매출은 50% 내외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듀얼 카메라는 말 그대로 하드웨어가 두 개다. 전보다 부품이 2배 늘어난다. 렌즈, 이미지센서 등의 수요가 곧바로 증가한다.
이종운 삼성증권 연구원은 “모듈 업체는 평균판매단가(ASP)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수율 문제를 고려하면 초기 단가는 재료비 증가를 뛰어 넘는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6 기준 카메라 모듈 가격은 현재 약 22달러로 알려졌다. 렌즈나 센서 등 부품이 늘어나는 듀얼 카메라가 채택될 경우 모듈 값은 30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삼성증권 분석이다.
◇기대되는 2016년
듀얼 카메라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 업체인 TSR는 듀얼 카메라 시장 규모가 지난해 1500만대에서 올해 1억6400만대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2015년 1700만대에서 2016년 1억1000만대로 성장을 예상했다. 양사 모두 2016년을 전환점으로 내다본 것이다.
듀얼 카메라 자체는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LG전자는 지난 2011년 ‘옵티머스 3D’ 스마트폰 후면에 듀얼 카메라를 적용한 바 있다. 대만 HTC와 중국 화웨이에서도 듀얼 카메라 스마트폰이 출시됐다.
그럼에도 올해 급성장이 예상되는 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과 삼성전자의 채택 뿐 아니라 최근 확산하고 있는 가상현실(VR) 기술과 맞물려 있다.
VR는 실제 눈으로 보는 것처럼 입체감 있는 영상을 보여주는 기술이다. 3D 콘텐츠가 필수고,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하드웨어가 뒷받침돼야 한다.
손세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VR 대중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가 출시돼야 하고 손쉽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다”며 “VR 3D 콘텐츠 수요 증가로 3D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듀얼 카메라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듀얼 카메라가 올해 봇물을 이루겠지만 관건은 소프트웨어 기술에 달렸다는 평가가 많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기술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차별화와 지속 성장이 담보될 것이란 분석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듀얼 카메라는 현재 광각 촬영 용도로 사용되지만 기술적으로는 훨씬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부품”이라며 “영상을 합성하고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도 “기반 기술과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며 “시장조사기관은 듀얼 카메라 비중을 올해 3~5% 정도 예상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보다 시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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