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IC가 매그나칩 생산 부문을 매입해 장비만 떼어서 가져가면 우린 어쩝니까?”
지난주 ‘매그나칩반도체, 한·미·중에 분할 매각한다’ 기사를 보도한 후 전화와 메일을 여러 통 받았다. 기사에는 매그나칩 최대 주주인 미국 애비뉴캐피털이 회사를 분할매각하고자 한국과 미국 팹리스,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와 협의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매그나칩 근로자는 SMIC가 장비만 걷어갈 때를 가장 우려했다.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그나칩에는 현재 3000여명이 근무한다.
매그나칩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단기 성과 위주로 경영을 펼친 결과 오랜 기간 적자가 누적됐다.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로부터 매그나칩이 분리돼 나왔을 당시 회사 가치는 9500억원에 달했다. 지금 가치는 1900억원밖에 안 된다. 13년 만에 회사 가치가 4분의 1토막 났다. 기술력이 있는 회사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 드라이버IC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세계에 몇 없다. 매그나칩을 집어삼킨 투기 자본은 회사 경쟁력 강화에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
반도체 빅딜은 악몽이다. 중국 BOE는 하이닉스에서 분사한 하이디스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을 쏙 빼먹고 버렸다. 하이디스 흡수한 BOE는 삼성과 LG를 위협하는 경쟁상대로 컸다. 과거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팬택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대네트웍스는 오래전에 부도 처리됐다. 잘나가는 반도체 패키징 업체 스태츠칩팩은 현대전자 반도체 조립 자회사 칩팩이 전신이다. 1999년 반도체 빅딜을 위해 당시 현대전자가 매각했다. 지금은 중국 자본이 주인이다. 애플 물량을 대량으로 받아올 정도로 컸다.
김대중 정부는 1999년 당시 공급 과잉을 이유로 반도체 빅딜을 강행했다. 표면상으로는 ‘자율’이었지만 사실상 청와대가 주도했다. 과도한 시장 개입이 부른 결과는 보는 것처럼 참혹하다. 어디 반도체뿐일까. 지금도 정부는 부실 대기업을 솎아 내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과거처럼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에 정부의 개입이 또 다른 악몽을 재현할 수 있다. 가능한 한 시장에 맡기는 것이 답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