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송전망’으로 불리는 초전도 케이블 상용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초전도 케이블 구축 사업자 선정이 한 발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작년 말 초전도 케이블 입찰 공고를 내고 납품 업체 선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마감된 1차 입찰은 LS전선 단독 입찰에 따른 유효경쟁 불성립으로 무산됐으며, 이달 초 2차 입찰이 진행됐다. 2차 입찰도 단독 입찰로 경쟁불성립이 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의계약은 수요자와 공급자 간 직접 가격 등의 협상을 진행하게 돼 최종 선정이 앞당겨 질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경기도 신갈변전소와 흥덕변전소 간 1㎞ 구간에 초전도 케이블을 구축하는 내용이다.
국내에서 초전도 케이블을 현장 적용하는 것은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상용화 사례여서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전 중 전기저항으로 손실되는 전력은 2% 정도다. 낮은 비중처럼 보이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1조2000억원이 허공에 소비하는 양이다. 해외는 손실 전력이 약 4~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초전도 케이블이다. 초전도 케이블은 전기 저항이 0에 가깝다. 영하 200도에서 전기저항이 완전히 사라지는 초전도체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데다 구리 케이블 대비 4~5배 전력을 송전할 수 있어 ‘꿈의 케이블’로 불려왔다.
아울러 크기가 5분의 1에 불과해 도심 지하 전력구(터널)를 줄일 수 있고 변전소를 건설할 필요가 없는 등 설비 감소 효과도 기대된다.
유럽과 일본 전력 관련 업체가 일찍 초전도 케이블에 주목하고 기술력을 쌓아왔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10년 정도 늦게 진출했다. 2004년 LS전선이 세계 네 번째로 초전도 케이블 개발에 성공하면서 기반을 마련했는데, 한국전력이 실제 구축에 나서면서 상용화를 목전에 두게 됐다.
세계 최초로 초전도 케이블을 적용한 건 독일이지만 예산 절반을 정부가 지원했다. 반면에 한국전력은 전력선 고도화에 대한 의지로 자체 추진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작업이 진행 중에 있어 시기는 유동적이지만 연내 계약을 마무리하고 착동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초전도 케이블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기존 케이블이 포화상태인 대도시를 중심으로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인도 등에서 수천억원 규모 초전도 케이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업계는 2020년 이후 수십조원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