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투자의 귀재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주식을 보유한 회사는 바로 주목 대상이 될 정도로 투자업계 거물이다. 그러나 그의 경영자적 면모는 잘 드러나 있지 않다. 저자는 “워런 버핏 이후, 버크셔해서웨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면서 투자자로서 면모뿐만 아니라 경영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조망한다.
그가 경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는 1965년 이후 50년 동안 약 187만%가 오른 1주당 20만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의 기업이다. 계열사 425개, 본부 75개, 지점 25개, 사업단위 수로 따지면 600개에 이르는 기업 집단이다.
버크셔해서웨이 매출을 한 나라 국내 총생산에 빗댄다면 그 규모는 세계 50위권인 아일랜드, 쿠웨이트, 뉴질랜드와 맞먹는다. 그러나 버크셔해서웨이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어느 공개기업을 계열사로 편입하면 이 기업은 공시대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기업 지분 100%를 매입해 비공개 기업으로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이 경영자로서도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뛰어난 천재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경영철학은 버크셔해서웨이 시스템과 기업문화에 잘 나타나고 있으며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버크셔해서웨이 성공비결을 “위임하고 평가한다”는 워런 버핏 원칙에서 찾는다. 워런 버핏은 계열사 CEO에 100% 자율경영을 보장한다. 이들은 조직 내부 비효율적인 정치나 개인 관계에 간섭받지 않고 자신이 맡은 회사 경영에만 힘쓴다. 계열사 간 상호 업무협조를 하지 않으며 그에 따라 시너지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계열사 CEO는 서로 얼굴 한 번 마주친 적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오직 자신이 맡은 회사의 경영에만 집중하고 전력질주한다. 심지어 계열사 CEO 태반은 미국 오마하의 버크셔해서웨이 본사를 방문한 적도 없다.
이런 기업집단이 비슷한 특성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워런 버핏이 확립한 기업문화를 계열사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자율, 기업가 정신, 검소함, 정직을 기업문화로 갖고 있다. 계열사가 서로 업무협조는 하지 않지만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실조사와 더불어 버핏의 개인적 특성을 소개하면서 자연스럽게 버핏 이후 버크셔해서웨이를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버핏이 죽으면 버크셔해서웨이도 끝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워런 버핏은 이미 오래 전인 1991년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몸이 어디에 있느냐는 결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크셔해서웨이는 자신이 없는 것처럼 잘 운영되고 있고 주가에도 영향이 없을 거라고 주주를 안심시킨 바가 있다.
저자는 워런 버핏이 1965년부터 일궈온 이 회사 DNA에는 또 다른 워런 버핏이 심어져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버핏이 평생 추구해온 가치가 어떠한 모습으로 버크셔 해서웨이에 뿌리내려져 있는지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로렌스 커닝햄 지음. 오인석 옮김. 이레미디어 펴냄. 1만6500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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