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id it!” “당신이 옳았어요, 아인슈타인”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과학협력단이 중력파 관측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1915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직후 우주 운동을 설명하면서 ‘중력파(重力波)’ 존재를 예측했다. 전자기파가 전하를 띤 물체가 진동할 때 발생하는 것처럼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진동할 때 시공간에 전파되는 파동이다. 별의 폭발 등 커다란 사건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잔물결이다.
우주 탄생 열쇠를 쥐고 있지만 지금까지 실체가 관측된 적은 없었다. 그 세기가 10의 마이너스 21제곱승 정도로 너무 미약하기 때문이다. 태양이 원자 크기만큼 진동한 정도로 작다. 따라서 이 신호를 검출하려면 빅뱅 이후 우주 급팽창이나 별의 충돌, 폭발과 같은 천문학적 현상으로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됐다.
중력파를 검출하고자 196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실험과 관측이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2000년대부터 중력파 검출을 위한 라이고를 건설했다. 결국 아인슈타인 일반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인 2015년 9월 14일에 검출에 성공했고 여러 단계 검증을 거쳐 2016년 2월 11일 세계에 발표됐다.
세계 과학계는 즉각 ‘금세기 최고의 발견’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LIGO 연구를 주도한 킵 손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와 로널드 드레버 교수 등은 올해 가장 유력한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지목됐다.
중력파 발견은 인류의 집단지성이 이뤄낸 역사적 쾌거다. 하나의 풀리지 않는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고자 미국이 1조원 가까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일반인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예언했던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고 입증했다는 사실 하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력파 관측으로 별의 생성과 흡수, 중성자별 충돌 ‘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제 인류는 중력파라는 새로운 관측수단을 이용해 우주가 연주하는 멋진 교향악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미래에 도래할 새로운 시대 서막이다. 전자기력이라는 힘을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정보통신 혁명을 이뤄냈듯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중력파를 응용한 문명이 펼쳐질지는 감히 예측할 수 없다.
책은 라이고 협력단에 참여해 중력파 검출 실험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기여했던 현장 과학자가 직접 지난 55년간 중력파 검출 역사와 함께 성공을 이뤄낸 눈물겨운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중력파 검출 실험 역사서다.
저자는 고단하고 지루한 도전의 시기동안 시대를 풍미했던 선구자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세계 과학자 집단이 어떻게 실험과 토론으로 목적을 이루려고 노력하며, 어떤 과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중력파 검출 발표 전후 몇 주간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역사적 발견 뒷 이야기를 시간에 따라 생생하게 담아낸 최초의 기록이다.
오정근 지음. 동아시아 펴냄. 1만6000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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