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 잠금해제를 둘러싼 수사기관과 정보통신기술(ICT)기업 갈등이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애플에 이어 페이스북도 메신저 정보 제공 거부로 논란에 휘말렸다. 잠금해제를 거부한 애플에 ICT기업 공개 지지가 잇따르면서 일촉즉발 전선이 형성됐다.
1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연방경찰은 디에고 조단 페이스북 남미지사 부사장을 전격 체포했다.
페이스북이 마약 거래자 메신저 ‘왓츠앱’(WhatsApp) 통신내용을 제공하라는 법원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브라질 법원은 범죄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48시간 동안 왓츠앱 서비스 중단을 명령한 바 있다. 그럼에도 메시지 내용을 제공하지 않자 임원을 체포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왓츠앱이 종단간(end-to-end) 암호화 방식을 도입해 서버에 메시지가 남지 않으므로 메시지 내용을 제공할 수 없다며 이행을 거부했다. 2014년 2월 페이스북에 인수된 왓츠앱은 브라질 인구 절반에 달하는 1억명이 사용 중이다.
페이스북은 성명을 내고 “왓츠앱은 페이스북과 독립된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페이스북 임원을 체포한 것은 극단적인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애플 아이폰 잠금해제 거부는 정부기관과 ICT기업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페이스북과 구글이 애플 지지를 선언한데 이어 명확한 입장 표명을 안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1일 애플 편에 섰다.
브레드 스미스 MS 최고법률책임자(CLO) 사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RSA2016 콘퍼런스에서 “보안에서 암호보다 더 중요한 기술은 없다”며 “백도어는 지옥으로 가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이버 보안 없이 국가 안보는 유지되지 않는다”며 “인터넷에서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현실 세계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미트 요란 RSA시큐리티 회장도 강력한 암호 정책을 주장했다. 그는 “암호화를 약화하는 것은 사소한 범죄자를 잡는데 법 집행 편의를 해달라는 것”이라며 “어떤 테러리스트나 국가가 일부러 암호화를 낮추냐”고 반문했다. 요란 회장은 “암호화를 약화하면 오히려 테러리스트가 이를 약점으로 활용해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며 “이런 정책이 미국 경제 이익에 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아이폰 잠금장치 해제 문제를 놓고 1일 하원 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연방수사국(FBI)과 맞붙었다.
브루스 시웰 애플 법무실장은 “도둑이 집에서 훔쳐갈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정보가 아이폰 안에 들어 있다”며 “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잠금장치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것은 마케팅 이슈가 아니다. 우리는 수억 아이폰 유저 사생활을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제임스 코미 FBI국장은 아이폰 보안기능 해제를 요구하면서 “그 아이폰에는 이미 문이 있다. 우리가 자물쇠를 딸 수 있도록 애플이 나쁜 방호견을 치워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샌프란시스코(미국)=김인순 보안 전문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