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마이클 오즈번 교수는 10년 후 현재 직업 가운데 50%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곧 없어질 직업이라고 제시한 직업 대부분은 현재 우리 청년이 취업을 위해 각종 스펙 쌓기에 집중하는 직업(지식 노동)이다.
사람 업무가 컴퓨터와 로봇과 같은 기계로 대체되는 현상은 이미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서 예견한 일이다. IBM이 개발한 컴퓨터 딥블루와 왓슨은 1997년에 러시아 세계 체스 챔피언을 이겼다. 2011년에는 미국 ABC방송의 퀴즈쇼 ‘제퍼디’에서 우승했다. 이제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예정됐다. 우리나라 사람이 인류 전체를 대표하는 자리에 섰다는 사실이 흥미롭지만 정작 이 대전의 결과가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바둑 한 경기에 대략 150수를 둔다고 가정하면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50의 250승(50²■■)이라고 한다. 이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다. 인간 기술력이 대단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다. 기술 진보는 원래 자연에 대한 인간 지배를 ‘증가’시키고 삶에서 인간의 역할을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기술 진보를 통해 인간은 자신의 삶을 영위해 줄 일자리를 잃어 갈 것이라는 예측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제 현실로 눈을 돌려 보자.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저성장 기조 확산, 저출산·고령화시대 도래, 기술 발전 등으로 청년은 직장을 구하고 싶어도 뽑아 주는 기업을 찾기 힘들다고 한다. 부모나 친인척 배경이 있는 사람만의 세상이라며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시대라고 자조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를 넘어 꿈까지 포기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 세대’라는 말이 회자된다. 여성은 결혼, 출산, 육아로 인해 승진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모두 한결같이 어둡고 무거운 얘기뿐이다.
오늘날 어두운 현실을 극복하는 열쇠는 ‘미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일류대학을 졸업하고 기업이 원하는 스펙을 쌓는 지난 방식을 그대로 반복해도 성공할 만큼 세상은 녹록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그냥 눈앞에 다가와 있는 것이 ‘미래’일 수 없다. 미래는 창조되는 것이며 현재와는 다른 모습을 띤 시기라고 정의를 내린다면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어떤 미래도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헬조선, 흙수저, n포세대, 유리천장 그늘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은 도전하고 한 번 더 실패해서 내공을 쌓아 두는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우리가 기억하는 몇 편을 남기기 위해 희곡을 37편, 소네트를 154편 썼다. 베토벤은 650여곡을 썼지만 세계 50대 고전음악 목록에는 단 5곡만 포함됐다. 피카소는 1만7800여편을 그렸으나 아주 극소수의 작품만 인정받았다. 아인슈타인은 “내가 한 노력을 알면 나를 천재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그가 평생 쓴 284편의 논문 가운데 우리가 주목하는 논문은 단 2편뿐이다. 결국 진정한 창조성 성과물은 ‘질보다 양’이 만들어 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라 안팎으로 경제 사정이 어렵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를 정부는 경제혁신과 창조경제 활성화에서 찾고 있다. 그렇다면 창조경제의 주역은 누가 되어야 할까. 기존의 교육 커리큘럼에서 요구하는 모범 답안을 제출하는 ‘모범생’에게서는 창조경제의 주역을 만날 수 없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무수한 도전과 실패를 통해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인내하며 기다리면 반드시 찾아오는 ‘세상을 바꿀 기회’를 잡는 모험생만이 창조경제의 주역이 될 것이다. 어제의 정답으로 미래를 맞춰 보는 과오를 범하면 안된다. 이 땅에서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같은 ‘모험생’을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다.
김현주 IT여성기업인협회장(chairman@kibw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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