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1988년 쌍문동의 시끌벅적했던 골목도, 이웃들도 추억 속에만 존재한다.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이전 시리즈의 명성에 전혀 손색없는 인기를 과시하며 다시 한 번 여러 명의 청춘스타들을 배출해냈다. 무뚝뚝하면서도 남모르게 짝사랑하는 여자를 챙겨주던 정환 캐릭터를 맡았던 배우 류준열도 그 중 하나다.
무작정 잘생겼다 감탄하기에는, 그렇다고 못생기지도 않은 그의 외모는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고 편안하다. 때문이었을까. ‘어남류(어차피 남자친구는 류준열)’를 이루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류준열은 최근 드라마가 끝나고도 밀려있던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감기에 걸려 연신 기침을 하면서도 사진이나 사인 요청에는 환한 미소로 답했다. 그는 ‘응답하라 1988’의 인기를 예상했을까.
“‘응답하라 1988’ 출연 후 인기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전작에 대한 생각은 많이 했는데, 오히려 감독님께서 작품의 성패는 잘 모른다고 하셨죠. 하지만 좋은 이야기들이 오갈 거고 그로 인해 많은 걱정거리도 생길 수 있는데, 크게 휘둘리지 말고 작품에 임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해주셨어요. 작품에 들어가기 전 배우들도 부담감을 비롯해 여러 감정들이 있는데 잘 정리해주셨죠. 방송 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다 보니까 조심스럽게 했던 행동들을 더 조심스럽게 하게 됐어요. 가볍게 했던 말도 크게 받아들여지고 그러잖아요.”
올 한해는 어쩌면 류준열이 그동안 받았던 사랑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지 모른다. 덕분에 요즘 류준열은 ‘사랑꾼’이라 불려도 될 만큼 충만한 사랑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배우들끼리도 서로 축하해주는 분위기였어요. 다들 관심을 받게 되는 입장이라 서로 응원해줬죠. 그러다보니 기억나는 팬들도 많아요. 팬 미팅 당시에 번호표를 배부했다 그러던데, 1번을 가진 팬이 전날 오후 다섯 시에 와서 받았데요. 공교롭게도 정환이 팬이어서 기분이 좋았죠. 많은 분들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담다보니 알게 모르게 생활 속에서 묻어나서 밝은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팬들에게도 이러한 기운을 전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아요. 요즘에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이 사랑이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받은 거니 힘을 얻고 또 다른 작품을 하는 게 제가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작품 자체도 그렇고 감독님도 사랑으로 만들었어요.”
류준열은 ‘응답하라 1988’에 나왔던 노래 중 이문세의 노래를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손꼽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이문세의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 리스트에도 이문세 선생님의 음악이 정말 많아요. 명곡은 시대와 상관없이 좋잖아요. 때문에 이러한 명곡들이 다시 음원차트 역주행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생각해요. 게다가 이문세 선생님이 직접 저희 작품에 라디오 내레이션을 해준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동했죠. 드라마 분위기를 위해 직접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드라마에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 감탄했죠.”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하고 고마워할 줄 아는 그였다. 그러한 것들이 모여 오늘날의 류준열을 만들었다.
“좋은 글귀나 명언 등에 감동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어쩌면 뻔하게 들릴 수 있는 말들이 크게 다가올 때가 많아요. 그런 것들이 쌓여서 오늘의 저를 만들었다 생각해요. 그래서 옛날부터 들었던 음악이나 이야기들을 지금도 공감하고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류준열은 정말 수많은 인터뷰를 거쳐 왔다. 그는 이 시간을 통해 다시 한 번 ‘사랑’을 언급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걱정하고 답변이 어려워 고민했던 순간들은 ‘나중에 내가 다시 이 인터뷰를 봤을 때 지금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라는 것이었어요. 내가 변하거나 내 생각이 변하지 않을 수 있을지는 모르잖아요. 그래서 절대 변하지 않고 없어지지 않아서 언제든지 꺼내놓을 수 있는 단어가 사랑이에요. 사랑 했으면, 그리고 사랑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 이야기를 꺼내는 자체가 뿌듯하고 기분 좋아요. 창피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소수잖아요. 나 혼자 사랑을 하게 되면 한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지만, 남을 사랑하는 순간이 오면 60억의 사랑을 받는 순간이 올 수 있다 생각해요.”
‘응답하라 1988’의 좋은 추억을 간직한 채, 류준열은 현재 영화 ‘글로리데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차기작 선택에도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듯 싶다.
“차기작들도 ‘응답하라 1988’이 들어올 때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부담감이 엄청나죠. 주변 동료들이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그러더라고요. 기운을 빼고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말해줬어요. 그저 좋은 글을 보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부담 없이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어요.”
‘사랑꾼’ 류준열은 인터뷰 말미 팬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했다. 사랑을 받는 데 만족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다시 그 사랑을 나눠줄 줄 아는 그를 진정한 ‘사랑꾼’이라 불러도 될 듯싶다.
한편 배우 류준열을 비롯해 지수, 김준면, 김희찬 등이 출연하는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는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정원 기자 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