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20>글로벌화 혁명으로 새로운 10년을 열어야

홍기범 (kbhong@etnews.com)무역대국 대한민국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수요의 급속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경쟁력 감퇴가 근본 요인으로 진단할 수 있다. 운명을 건 승부를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수출 감소세 지속에 대비해 내수 활성화가 필요하다. 내수로 만들어지는 부가가치와 일자리 증대는 꼭 필요하지만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내수 시장은 규모에서 한계가 있다. 과거부터 그러했듯이 미래에도 한국 경제는 해외에서 승부할 수밖에 없다. 구조적 대전환기를 맞아 혁명 수준의 글로벌화를 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경제의 미래 10년은 글로벌화에 달려 있다. 세계 6위의 수출대국에 오르고 한국인들이 5대양 6대주에 진출하지 않은 지역이 없을 정도로 국제화에 매진해 왔는데 글로벌화 혁명이라니 의아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객관적 시각을 가진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한국 경제의 글로벌 수준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2015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오릿 가디쉬 베인앤드컴퍼니 회장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 기업 활동 전 영역에서 글로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한국 기업이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고 비판했다. 당시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던 스마트폰의 삼성전자나 세계 5위 자동차 회사로 도약한 현대자동차도 가디쉬 회장 눈에는 그저 ‘수출하는’ 기업이지 전 세계를 상대로 소통하고 활동하는 글로벌 기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디쉬 회장은 한국 기업이 현재와 같은 수출 중심의 경영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점점 더 뒤처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혁명 수준의 글로벌화란 무엇인가. 지금과는 구조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에서 국제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누가(Who), 무엇을(What), 어떻게(How) 해외로 확장시켰는가를 보자. 첫째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소수 대기업이 주도했다. 둘째 석유화학, 철강, 디스플레이,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등 좋은 품질과 합리적 가격의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생산해 냈다. 셋째 부품 조달과 생산 효율에 유리한 국내외 제조공장으로부터 전 세계 시장으로 제품을 공급했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자리 잡은 이 성공 방식이 이제 도전을 받고 있다.

새로운 성공 방식으로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란 무엇인가. 첫째(Who) 이제는 전통 제조 대기업에서 소비 및 유통 대기업과 강소·중견 기업이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폭발하는 중국 소비시장과 아시아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며, 지역별·소비자별·분야별로 세분화된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틈새란 원래 대규모 기업들이 개척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소수 대기업이 표준화된 제품으로 전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시대에서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현지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냄으로써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한 중소기업은 베트남에서만 약품을 유통·판매하고 있다. 특별한 제약 기술은 없지만 현지 수요에 적합한 약품을 발굴해 유통함으로써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다. 언젠가 동남아시아 굴지의 바이오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꿈이다.

둘째(What) 전략을 팔아야 한다. 단일 제품이나 특정 기술로 혁신하는 단계에서 전략 혁신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효율 생산을 하는 운영 혁신이나 남보다 조금 개선된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 혁신만으로는 중국 기업의 굴기와 개도국의 추격으로부터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임마뉴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는 기술뿐만 아니라 기획, 디자인, 제조 마케팅 등을 통합해 솔루션을 팔 것을 제안한다. 그는 아예 모범 생태도시를 건설해 그 노하우를 전 세계에 수출할 것을 주장한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 팔 것은 제품과 기술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와 틈새 기술, 대기업의 마케팅 및 투자능력 등이 결합하면 새로운 글로벌 지평이 열릴 것이다.

셋째(How) 주고받는 쌍방향 국제화를 추구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은 밖으로 나가는 일방향의 국제화를 했다. 이 때문에 수출대국이면서 글로벌화는 후진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중소기업 스마일게이트는 중국 텐센트와 합작투자를 통해 스마일게이트 게임으로 중국 시장에서만 1년에 1조5000억원을 벌어들인다. 그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스마일게이트로 송금된다. 한국 중소기업의 수준 높은 기술이나 전략이 해외 자본이나 유통채널과 결합, 쌍방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는 앞으로도 많다.

수출대국의 꿈은 소수 대기업이 주도해 이루어 냈다. 그러나 미래의 글로벌 강국은 소비, 유통, 서비스,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지만 강한 기업이 주도할 것이다.

이장우 (성공경제연구소 소장, 경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