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법인이 1년간 3200억원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데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플랫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목적이 크다. 아울러 미디어 플랫폼 전반에 ‘경쟁 압력’을 가해 미디어 플랫폼 경쟁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합병 법인 출범으로 거대 사업자로 변신하는 만큼 규모에 걸맞는 투자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SK브로드밴드가 조성하는 3200억원 콘텐츠 펀드는 역대 최대 규모 콘텐츠 펀드가 될 전망이다. 이는 캐나다 연방정부 디지털 콘텐츠 기금(2624억원)은 물론 미래부와 문화부 등 정부가 집행하는 콘텐츠 펀드보다 큰 금액이다. 이인찬 SK브로드밴드 사장은 “펀드 투자로 제작된 콘텐츠는 국내 유료 플랫폼과 OTT 뿐만 아니라 글로벌 유료 플랫폼에도 공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저작권은 제작사가 갖는 것으로,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해 제작사가 수익성을 확대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우수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대규모 투자가 제작사 수익 확대로 이어지고 다시 콘텐츠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적 콘텐츠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콘텐츠도 확대한다. 명작 영화는 물론 다큐멘터리, 키즈·애니메이션, 지역·문화 예술 등 틈새 시장을 포함해 콘텐츠 전 분야로 장르를 늘릴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제작사 주도 콘텐츠 제작 환경을 지원하고, 중소PP와 독립제작사 참여 기회도 확대할 계획이다.
빅데이터 기술 역량을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 제작 지원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 사장은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이어 새로운 유통을 시도해 이용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편 사전 제작과 전편 동시 개봉을 전제로 VoD 1st 서비스라는 새로운 콘텐츠 유통 경로를 시도하고, 시즌제 등 새로운 포맷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사장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해도 2위 사업자”라며 “2위 사업자의 변화가 1위 사업자(KT)에 상당한 경쟁 압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콘텐츠 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하는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펀드 운용 로드맵’도 공개했다. 4월 중 제작사와 PP대상 설명회를 시작으로 5월 창투사 대상 펀드 설명회 이후 운용사를 모집해 선정한다. 이어 7월에는 투자 개시와 동시에 2017년 펀드 결성을 위한 사전 준비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CJ헬로비전과 합병이 늦어지면 투자 규모 축소와 투자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부의 신속한 합병 인가 결정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이 사장은 합병법인의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유료방송 플랫폼 중심으로 변경하는 만큼 새로운 CI와 BI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합병 이후 CI·BI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