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알파카(AlphaCar)에 대한 우려와 기대

[ET단상]알파카(AlphaCar)에 대한 우려와 기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구글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바둑대결을 펼쳤다. 하루에 수천 번 대국을 스스로 학습한다는 알파고는 당초 예상과 달리 3연승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알파고 개발자는 아직 개발 단계(prototype)라고 설명한다. 만일 AI의 개발 속도가 가속되면 정보통신기술(ICT)에 의한 `제4차 산업혁명`이 멀지 않았음을 예견케 한다.

교통 분야에서 ICT 기반의 기술혁신 사례에 자율주행자동차가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가 손, 발, 눈을 이용해 차량을 조종하지 않아도 최종 목적지만 지정해 주면 자동차(인공지능형 로봇)가 알아서 목적지까지 운행한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제작사(OEM)는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혈안이 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과 같은 정보통신(IC) 기업도 OEM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도 시작은 늦었지만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가 합동으로 기술로드맵을 만들어 2020년까지 부분자율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보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신기술이 그대로 수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유전자변형식품(GMO)은 인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었지만 아직 논란이 많다. 원자력발전도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간주됐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원자력발전 기술에 대한 수용성은 크게 떨어졌다.

자율주행자동차도 그럴 것 같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율주행자동차의 장점에 공감하면서 본인이 구입하거나 친지에게 구입을 권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부정 응답 비율이 높았다. 완전자율주행단계(레벨4)보다는 운전자가 일부분으로 운전에 개입하는 부분자율주행단계(레벨3)를 더 선호했다. 이를 종합하면 뛰어난 AI를 탑재한 알파카이지만 아직은 자신의 생명을 맡길 정도는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우려에도 기대 또한 크다. `100세 시대`라 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고령화되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고령운전자도 늘고 있다. 불행하게도 전체 교통사고는 차츰 감소되는 반면에 고령자 교통사고는 늘고 있다. 바로 고령자의 운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알파카는 이에 대한 해결 대안이 될 수 있다. 장애로 인해 자동차 이용이 불가능하던 교통 약자에게는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반 운전자의 경우 주행 중에 업무를 보거나 장거리 주행에 따른 졸음운전사고를 방지하는 등 유용성도 매우 크다.

어쨌든 알파고 이슈가 자율주행자동차 개발 방향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첫째 AI 로봇에 의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사회 합의 도출과 법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윤리 문제로 잘 알려진 극단의 사례이지만 차내의 소수 탑승자 보호를 위해 다수의 보행자에게 충돌 위험을 전가하는 알고리즘을 자율주행자동차에 탑재하는 것은 과연 적절한가, 자율주행자동차 보험과 관련된 사례로서 차량 성능 결함과 연관이 없는 교통사고 발생 시(해커 등) 과연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등 핵심 쟁점조차도 거의 정리되질 않고 있다. 둘째 자율주행자동차의 아키텍처에 관한 문제다. 바둑에서 포석이 중요하듯 첨단주행지원시스템(ADAS)의 연장선으로 볼 것인가, 차량과 기반시설을 통합하는 연계시스템(C-ITS) 구축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국내 산업의 역량을 감안하면서 기술 로드맵에 대한 신중한 중장기 검토가 병행돼야 할 것이다.

황상규 한국교통연구원 본부장 skhwang@ko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