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경영진이 대거 서울을 방문한 것은 구글 내 `알파고`의 위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한다.
알파고 제작에 직접 관여한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물론 에릭 슈밋 알파벳 의사회 의장,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 사장(구글 공동 창업자)이 대국 기간에 방한해 이세돌 사범과 알파고 대국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들은 구글이 꿈꾸는 인공지능(AI) 미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가장 크게 끄는 것은 브린 알파벳 사장이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브린 사장은 알파고와 이세돌 사범 대국을 이유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수차례 건넨 러브콜에도 움직이지 않던 것과 대조된다.
브린 사장은 이세돌 사범과 알파고의 세 번째, 네 번째 대국을 직접 관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브린 사장이 이례로 한국을 찾은 것은 알파고가 첫 대국에서 당초 예상을 깨고 이세돌 사범을 이긴 것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바둑 애호가`로 알려진 그는 구글 AI가 세계 최고 바둑기사에게 연달아 승리를 거두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브린 사장은 알파고가 3국까지 내리 3판을 이기며 이번 이벤트 승리를 확정 짓자 이후 기자 간담회까지 직접 나서는 파격의 행보를 이어갔다.
브린 사장은 3국 직후 “바둑의 아름다움을 AI에 옮겼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알파고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대국 기간 내내 현장을 지켰다. 역시 바둑 애호가인 하사비스 CEO는 현장에서 이세돌 사범 승리를 누구보다 응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사비스 CEO는 이세돌 사범의 3연패 뒤 “이세돌 사범이 부담을 던 만큼 자유롭게 알파고의 한계를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이벤트 매치를 제안한 배경이 세계 최고수 바둑기사와의 대결을 통해 알파고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려 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네 번째 대국의 알파고 불계패 선언이 브린 사장 등 구글 경영진에게 또 다른 도전의식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릭 슈밋 알파벳 이사회 의장은 지난 8일 개회식에 참석해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고 밝혔다.
알파고 또한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인간의 위대한 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구글의 주요 경영진이 서울에서 AI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민감한 한국에서 인류 최고 바둑 기사와 AI의 대결을 성사시키면서 추산하기 어려운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AI업계 관계자는 “알파고가 남들보다 앞선 성취를 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번 승부에서는 극적 요소가 부각됐다”면서 “화려한 수사, 의미 없는 통찰 대신 차분하게 복기하며 할 일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