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박스 스위치·라우터는 하드웨어(HW) 요소만 있는 깡통 제품이다. 이를 네트워크 장비로 제대로 활용하려면 소프트웨어(SW)로 장비를 적절하게 움직여야 한다. 즉 네트워크 장비 기능을 끌어내는 SW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화이트박스 기반의 네트워크 환경이 주목을 받으면서 네트워크 관련 SW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를 대표로 들 수 있다. SDN은 네트워크 환경에서 기능과 장비를 따로 분리해 제어하는 기술이다. 네트워크·통신업계에서 독자 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 기술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집단지성으로 네트워크 SW를 진화시키는 셈이다.
소프트웨어정의 기술 전문 포털 `SDX센트럴`에는 글로벌 SDN 프로젝트 순위가 집계된다. 다운로드 수, 기여도 등이 평가 대상이다. 최근에는 오픈네트워킹랩의 오픈네트워크오퍼레이팅시스템(ONOS)이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ONOS는 지난해부터 SK텔레콤에서도 연구개발(R&D) 인력을 파견, SDN 제어기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ONOS가 인기를 독차지하지만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스코가 주축인 오픈데이라잇, VM웨어 오픈V스위치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매번 순위를 바꾸면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SDN업체인 쿨클라우드가 밀고 있는 `오픈물(OpenMUL)`도 아시아 SDN 프로젝트에서는 유일하게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다산네트웍스 등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체도 SDN 기술이 적용된 장비 개발에 한창이다. 다산네트웍스는 2014년 KT에 오픈플로우 최신 기술을 적용한 스위치를 공급한 경험도 있다. 다산네트웍스 관계자는 “SDN 기술 확보가 향후 사업의 핵심 역량이 될 것"이라며 "기술과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DN이 관심을 끄는 건 네트워크 기능과 속도가 SW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값싼 화이트박스 제품에 SDN을 올리고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때 사용자 환경에 가장 적합한 SW를 구현해야 한다. SW와 기기 간 호환성, 네트워크 속도 등이 고려 대상 핵심이다. 여러 SDN 프로젝트 가운데 자신에게 잘 맞는 프로젝트로 갈아타거나 여러 프로젝트에 동시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화된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프로젝트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기술 주도권을 쥐는 것이 향후 SDN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SDN 시장 규모 전망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