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대박전자 직원들은 일주일을 `월화수목금금금`처럼 일한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줄줄이 시작되면서 일이 확 늘어나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까지 불사한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나자 문제가 생겼다. 직원이 일에 지쳐서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니 성과가 제대로 나지 않고, 더 이상은 못하겠다며 떠나는 직원도 속출하게 된 것이다. 당장 사람을 뽑아 줄 수 있는 돈은 없고 생긴 일은 안 할 수도 없고…. 이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의 성공 스토리
이런 때는 `지우잡`을 하면 된다. 이건 `지우다`라는 단어와 영어 `Job`을 합한 말로, 불필요한 일들을 정기적으로 싹싹 지워 내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뜻이다.
독일에 있는 글로벌 무역회사 오토(Otto)그룹도 2007년 지우잡을 실행, 효과를 톡톡히 봤다. 당시 한 차례의 구조조정을 겪고 난 뒤여서 회사에 남은 사람들이 퇴사한 직원 일까지 맡아야 했다. 그 결과 전 세계 직원 5만명의 업무량이 20~30%씩 늘어나면서 과다 업무를 견디지 못한 이들의 퇴사도 줄을 이었다.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최고경영자(CEO)는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전사 차원으로 지우잡을 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각 부서 임원들에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가운데 꼭 끝내고 싶은 것을 하나씩만 선택하도록 했다. 단 프로젝트 우선순위를 정할 때 꼭 명심해야 할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투자가 얼마나 드는가. 둘째 투자 대비 가치가 큰 일인가. 셋째 직원에게 상징성이 될 의미를 줄 수 있는 일인가`가 고려 대상이었다. 큰일을 겪은 직원을 격려하고 자부심을 지니게 하는 일을 경제성 가치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회사 전체가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일에만 몰입하니 성과가 쑥쑥 올랐다. 2008년에 세계 금융위기 여파 속에서도 100억유로에 가까운 매출을 낸 것은 물론 이익은 전년 대비 161%나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업무 부담이 줄어드니 직원은 번아웃(무기력증)될 위험이 낮아졌고, 자연히 이직 러시도 잠잠해졌다.
지우잡, 당장 실행해 보고 싶지 않은가. 사실 지우잡은 오토그룹처럼 전사 차원에서도 할 수 있지만 개인이나 팀에서 해 볼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될까. 첫째 일에 대한 현황 파악을 먼저 한다. 직원은 자신이 매일 하는 업무를 자세히 써 내려가면서 그 일이 각 활동에 쓰이는 시간과 전체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적는다. 둘째 중요도를 평가한다. 각 업무를 회사나 팀에서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가치나 목표를 기준으로 중요도를 평가해 본다.
셋째 지우잡을 하고 개선안을 도출한다. 중요도가 낮은 일이 있다면 과감히 지우거나 줄인다. 이렇게 확보한 시간을 어떤 식으로 쓸지 개선안을 만들어 본다. 예를 들어 업무를 파악해 보니 우리 팀이 지시보고 회의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건 우리 회사의 최우선 목표인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큰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지시보고 회의를 1주일에 한 번으로 확 줄이고 간단한 건 이메일로 보고하는 식으로 개선안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생긴 여유 시간에는 경쟁사의 고객서비스 체험 등 좀 더 가치 있는 활동을 한다.
넷째 개선안을 팀원과 공유하고, 피드백 받는 과정을 거치며 수정한다. 다섯째 최종으로 상사 승인을 받고 나면 이를 실행한다. 여섯째 지우잡이 진짜 잘 이뤄지려면 실행 후 그 결과를 온 직원이 공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 함께 부족한 부분을 찾고 더 나은 개선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 부하 직원도 너무 많은 업무 때문에 번아웃될 위기에 놓여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오토그룹처럼 지우잡을 시작해 보자. 전사 차원에서 팀별 및 개인별로 쓸 데 없는 일을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확보한 시간을 더 가치 있고 중요한 일에 투자하면 된다. 그럼 군살은 빼고 근육은 길러서 더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리=윤희정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제작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