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발전업계 미래와 에너지신산업

에너지 시장에는 극명하게 갈리는 명암이 있다. 전력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기치로 한 에너지신산업은 정부의 정책 지원 아래 핑크빛 전망을 내다보고 있다. 반면에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한 전통의 발전 산업은 공급 포화와 신기후체제의 등장으로 위기론이 감돌고 있다.

에너지신산업은 단순히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늘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새로 만들어지고 아낀 전기는 시장에 거래되면서 기존 발전 업계와의 경쟁 구도를 만들고 있다.

[기자수첩]발전업계 미래와 에너지신산업

전통 발전 업계 입장에서는 에너지신산업이라는 다크호스 덩치가 커질수록 위기의식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이를 바라보는 부러움의 시선도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변화의 시기에 직면하면서 그들 스스로도 에너지신산업에 동참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마음뿐이다.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역할을 찾기 쉽지 않다. 추진되고 있는 대부분의 에너지신산업이 한국전력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이끄는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신산업 육성을 위해 바뀌고 있는 제도의 변화도 대형 플레이어보다는 중소기업 또는 소비자집단의 프로슈머 참여를 위한 것이 많다.

업계에서는 “우리도 에너지신산업과 관련해 무언가 역할을 하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은데 마땅히 역할이 없어 아쉽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제공한다는 취지는 충분히 납득되지만 기존의 발전 업계가 너무 소외돼 있는 것 같아 아쉽다는 반응이다.

아직은 기존의 발전 업계가 규모 면에서 에너지 시장의 강자로 분류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신산업으로 업종 장벽이 허물어지고 통신, 전자,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연이어 뛰어드는 상황에서 지금의 위치는 불안하다.

다양한 시도가 에너지신산업에서 진행되는 만큼 플레이어도 다양해져야 한다. 한전 혼자 선두에 나서서 중소기업들을 이끄는 것은 부담도 클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포트폴리오의 다양성을 해칠 수도 있다. 에너지신산업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전통 발전업계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도 에너지신산업 발전에 속도를 더하는 일이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