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랜드가치 평가 회사인 브랜드스탁의 발표에 따르면 배달업에는 `배달의 민족,` 애플리케이션(앱)택시에는 `카카오택시,` 부동산중개업에는 `직방`이 각 업종 브랜드 순위 1위로 선정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통 서비스업에 정보기술(IT)을 적용, 그 가치를 한층 높인 신규 서비스업이다. 이렇듯 혁신 기술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고객 확장 및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서비스 벤처기업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은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한 벤처기업은 전기차 배터리 충전, 교체, 리스 및 이의 관제 서비스를 사업 모델로 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에 기반을 둔 다양한 전기자동차 관련 서비스를 개발, 전기차 산업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새롭게 출현하는 제조업과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서비스 벤처기업 사례다.
서비스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이렇듯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지만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일자리를 늘리기에서도 효과가 가장 좋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고용률 70% 이상을 달성한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선진국의 사례를 보아도 공통점은 서비스산업이 발전됐다는 것이다. 실제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2배 이상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고, 청년 일자리를 대부분 담당하는 분야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러 나라에서도 혁신과 융합한 서비스산업 육성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올해 3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는 앞으로 개혁에 기반을 둔 시장 활력을 통해 국민의 창업과 창의를 지원, 성장세 하락을 막겠다고 밝혔다. 올해 1~2월 중 서비스업은 8.1% 성장했다. 이는 전통산업 개조와 신성장산업 활성화에 기인한다고 해석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工業和信息化部)가 지난 17일 발표한 7대 신흥전략산업에서도 시사하는 바와 같이 최근 중국 경제는 과거 제조업 기반의 성장에서 서비스업 위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면서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업 비중에서도 2013년부터 서비스산업 비중이 제조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외국인의 대중국 서비스업 투자 비중이 총액 대비 67%로 제조업(31%)의 2배를 웃도는 등 신흥국은 물론 전 세계 평균을 상회했다.
우리나라 벤처기업계에서도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양과 질 비중은 해마다 증대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3만여 벤처기업 가운데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27%로서 컴퓨터, 반도체, 전자부품 그룹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가세를 이어 가고 혁신형 서비스 벤처의 실질적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해소가 시급하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산업별 규제 등록 건수 가운데 서비스업 규제가 3500건 이상으로 제조업의 10배를 넘는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헤이딜러나 콜버스의 사례에서 보듯 현행법 체계가 오프라인 중심의 기존 사업에 맞도록 설계돼 있어 모바일과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에 적용하기엔 불합리한 경우가 많다. 또 기존의 서비스업과는 시장에서 충돌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상을 한정된 시장에서 먹거리를 분할한다는 시각에서 보지 말고 혁신형 기술과 아이디어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 결과적으로 기존의 서비스 시장을 늘린다는 관점으로 법 체계와 규제를 개편하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2015년은 우리나라 벤처기업이 태동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였고, 이와 더불어 올해는 우리 벤처업계가 앞으로의 20년 역사를 쓰는 첫해가 된다. 벤처기업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 기여한 성과를 계속 이어 나가고 명실공히 고용과 성장을 견인하도록 하려면 혁신에 기반을 둔 서비스 벤처기업이 차별받지 않고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것이 희망 대한민국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우리시대 선배들의 의무이다.
정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jchung@ko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