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중소기업이 갖춰야 할 세 가지 : R&D투자, 기술혁신, 수출역량

[기고]중소기업이 갖춰야 할 세 가지 : R&D투자, 기술혁신, 수출역량

언제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일의 하나다. 인생의 위기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단지 그 준비를 얼마나 철저히 했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다가올 위기를 예측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비단 사람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기업도 생로병사를 똑같이 겪으면서 기업사의 굴곡을 여지없이 맞이할 수밖에 없다.

지금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기업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한국경제를 대변하고 있다. 실제 우리경제는 중국경제 경착륙 우려에 따른 차이나 쇼크, 미국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한 세계금융시장 불안, 엔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에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본의 가격경쟁력과 대륙의 실수라는 우스갯소리를 무색하게 하는 중국 기술경쟁력 사이에 낀 `신 넛크래커 현상`도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결과적으로 저성장, 저투자, 저고용 3가지 덫과 내수침체 장기화라는 늪 사이에서 진퇴양난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이 위기에 대처해 생존력을 높이고 `창업벤처기업→혁신형 중소기업→중견·대기업`의 성장 사다리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 기술 혁신, 수출 역량` 3가지가 필수다.

최근 우리기업 전체 R&D 투자에서 상위 20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7%를 넘어서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좋은 현상은 아니다. 1%도 되지 않는 기업이 절반이 넘는 R&D 투자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R&D 투자 기초가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R&D 투자는 혁신기술을 발굴하고 사업화함으로써 기업이 지속 성장하게 하는 필수 영양분이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 평균수명은 12년 정도다. 신생기업은 2년 내 절반, 5년이 지나면 3분의 2가 도산이나 폐업으로 사라진다. 기초가 부실한 R&D 기반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날개도 펴지 못하고 추락하고 있다.

흔히 R&D는 혁신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경제 환경 속에서 중소기업이 기술 혁신과 도전을 외치며 당장 매출에 영향을 준다는 보장도 없는 R&D 투자를 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R&D 투자는 기술 혁신과 함께 갈 수밖에 없고, 기술 혁신은 R&D 투자 연장선상에 항상 존재한다.

R&D 투자와 기술혁신의 완벽한 조화는 중소기업청이 인증하고 있는 이노비즈기업이 대표한다. 중소기업 전반의 기술 혁신과 R&D 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이노비즈기업은 2005년 이후 연평균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안정된 재무건전성을 기반으로 공격적 투자 확대 등을 통해 R&D 집적도 3.5%를 유지하는 한편 높은 투자와 체계를 갖춘 R&D 역량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지속 확보하고 있어 R&D 투자와 기술 혁신의 모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의 수출은 커다란 숙제이자 미래 먹거리다. 2008년 31%에 이르던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17%까지 급감했고, 수출시장에 막 진입한 수출 초보기업 3곳 가운데 1곳은 첫 수출 후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하고 있다.

특히 일본, 북미에서의 수출 생존률에 비해 중국과 아세안 신흥국 등에서의 수출 1년 이내 감소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는 등 신흥시장에 대한 중소기업 수출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교토삼굴`이란 말이 있다. 교는 민첩하고 똑똑하다는 의미, 토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준비해 놓은 동굴이란 뜻이다. 똑똑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가지고 위기에 대비한다는 교훈이다. 과연 우리 중소기업은 지금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의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몇 개 굴을 파 놓고 있을까.

올해는 중소기업 생존에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중소기업은 생존을 위해 뛰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서도 중소기업에 살 길을 열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규대 이노비즈협회장 kdlee@innobiz.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