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경제 패러다임 변화…또 다른 재벌 우려도

카카오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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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셀트리온 대기업집단 지정은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신호탄이다. 각각 인터넷과 바이오 전문 기업으로는 첫 지정이다. 20세기 산업화 국면을 거치지 않은 21세기 뉴밀레니엄 기업의 비상이다. 이와 동시에 과거 `재벌`이 보여 준 그릇된 행태를 답습하지 않는 과제도 요구된다.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상생, 투명, 공정 가치를 함께 구현하는 새로운 혁신기업 모델을 입증해야 한다.

카카오와 셀트리온은 기존의 대기업집단 기업과는 성장 모델이 다르다. 인터넷과 바이오라는 신성장 산업에 기반을 둔다. 제조, 건설, 유통으로 상징되는 전통의 주력산업에 기대지 않았다. 벤처기업으로 출발, 기술력과 혁신 아이디어로 성장했다.

카카오는 지난 2006년 아이위랩으로 출발해 2010년 카카오로 이름을 바꿨다.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이 핵심이다. 카카오톡은 휴대폰문자(SMS) 서비스를 단숨에 대체하며 스마트폰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장을 알렸다. 이용자는 무료 문자 대화 서비스에 열광했다. 문자 건당 과금하던 기존의 통신사업자에는 충격이었다. 한때 망 중립성 논란까지 일으킬 정도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카카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4년 국내 2위 인터넷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선언했다. 상장 기업인 다음이 존속 법인으로 남았지만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는 모양새였다. 카카오를 설립한 김범수 의장이 최대주주로서 합병 법인을 이끌었다.

[이슈분석]한국경제 패러다임 변화…또 다른 재벌 우려도

카카오는 카카오톡 플랫폼 기반으로 영역을 넓혔다. 카카오톡 회원이 쉽게 활용하는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았다. 카카오스토리, 카카오게임에 이어 카카오택시 등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로 확대했다.

지난해 출시된 카카오택시는 국내 택시 호출 문화를 바꿔 놓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지난 한 해 전국 21만명의 기사회원을 확보하고 860만명의 승객이 카카오택시를 이용했다. 누적호출 수는 1억건에 이른다. 카카오는 대리기사, 헤어 등 O2O 서비스를 지속 출시할 계획이다.

인수합병(M&A)에도 적극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김기사`로 유명한 록앤올을 인수했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음원서비스업체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8700억원에 인수했다. 로엔 인수는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이슈분석]한국경제 패러다임 변화…또 다른 재벌 우려도

셀트리온은 미래 유망산업으로 불리는 바이오 전문 기업이다. 2000년 창업 당시 두 명으로 시작한 소기업이었다. 2002년 법인 설립 후 15년여가 지난 지금은 고급인력 1100여명이 일하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도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진 항체 바이오 시밀러 분야에서 신시장을 만들었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 등으로 기술력을 입증했다. 바이오산업이 우리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 줬다.

셀트리온 `램시마`
셀트리온 `램시마`

셀트리온은 `연구개발→생산·판매`라는 기존의 바이오업계 관행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관점에서 `생산·사업기반 구축→자체제품 개발`로 사업전략 혁신을 꾀했다.

사회문제로 대두된 일자리 문제 해소에도 적극 나섰다. 복지와 근무 환경을 고려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힘썼다. 고용을 연 평균 20% 이상 늘렸다. 여성 직원 비율은 40%를 웃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율도 95%를 넘는다.

카카오와 셀트리온 두 기업의 도약은 국내 산업과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과거 대기업은 20세기 후반의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 팽창 국면에 힘입어 성장했다. 조선, 반도체, 철강 등이 우리 산업을 이끌었다.

더 이상은 아니다. 경제 성장이 정체됐다. 주력산업의 부진이 이어졌다. 수출은 1년 넘게 내리막길이다. 인터넷서비스, 바이오 등 기존 주력산업을 대체할 신성장 산업의 활약이 요구된다.

정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새로운 기업이 우리나라 대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나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우리 경제가 역동성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 주는 희망 찬 일”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기업이 떠오르는 과정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중소 협력사와 연계된다는 것을 뜻한다. 대기업이 무심코 터뜨린 기침이 중소기업에는 태풍이 된다.

카카오 역시 마찬가지다. 혁신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했지만 골목상권 침해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카카오택시가 새로운 택시 이용 문화를 가져왔지만 기존의 콜택시업계에는 치명타가 됐다. 추진되고 있는 대리운전서비스도 시작 이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지금도 일각에선 반대 목소리가 여전하다.

카카오가 O2O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수록 상생 문제도 커질 전망이다. 새로운 기업의 대기업집단 합류가 또 다른 재벌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카카오는 대기업집단 지정과 관련해 “카카오는 벤처 정신을 기본으로 하는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기업이다. 상호출자제한의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인해 당장 영향을 받을 것은 없다”면서 “변함없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도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각종 규정 준수를 위한 제반 제도와 의사결정 프로세스 개선이 이뤄진다”며 “그룹 전반 경영투명성과 운영시스템을 보다 신속히 도약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