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전` 다시 쓰다…인터넷·바이오 대기업 탄생

카카오와 셀트리온이 우리나라 `대기업`의 정의를 새로 썼다.

제조·건설 등 전통의 주력산업이 아닌 인터넷과 바이오 분야에서 21세기에 설립된 젊은 두 기업이 대기업집단에 편입됐다. `재벌` 이미지가 없는 대기업 등장은 우리나라 산업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일자로 카카오와 셀트리온을 비롯해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5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이하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각각 2006년, 2002년 설립된 카카오와 셀트리온의 대기업집단 편입은 우리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의미한다. 종전의 대기업집단은 전자·반도체, 자동차, 전력, 철강, 조선 등 전통 주력 분야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성장 바람을 타고 규모를 키웠다. 고속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최근 한계를 드러냈다. 주력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융·복합 산업 등장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카카오와 셀트리온은 인터넷, 바이오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10여년 만에 대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젊고 혁신성 강한 두 기업의 이미지는 재벌에 대한 부정 인식 혁파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3400억원 규모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로 자산총액이 5조원(5조830억원)을 초과, 인터넷기업으로는 처음 대기업집단이 됐다. 최대주주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지분율 20.9%)이 총수가 됐다.

셀트리온은 바이오벤처기업 최초로 대기업집단이 됐다. 보유주식 가치 상승 등으로 자산이 4조8000억원에서 5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카카오 등 65개 대기업집단은 계열회사 간 상호출자, 신규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된다. 소속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공시의무(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공시, 기업집단 현황공시)가 생긴다.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이 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법상 대기업집단의 금융업 진출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국회에 계류된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카카오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가 최대 4%로 제한된다.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을 포함한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종전의 4%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카카오와 셀트리온 외에 에스에이치공사, 하림, 한국투자금융, 금호석유화학 등 6개사가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홈플러스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공정거래법상 금융보험업만 영위하는 집단이나 동일인이 금융보험사인 때에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된다. 대성은 계열회사 매각 등으로 자산이 5조9000억원에서 4조9000억원으로 감소,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이번에 지정한 대기업집단 현황을 지속 분석·공개해 시장 감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곽 국장은 “65개 집단의 계열회사 소유 지분 및 출자 현황을 분석해 집단별 내부 지분율, 순환출자 현황 등 출자 구조를 공개하겠다”면서 “내부거래, 채무보증, 지배구조 현황 등도 단계별로 분석·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