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가요 뷰] 아이돌? 탈아이돌?

[ET-가요 뷰] 아이돌? 탈아이돌?

최근 가요계는 아이돌과 탈 아이돌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최근 활동하는 아이돌 들은 그들만의 특색을 강조하기 위해 다양한 콘셉트를 내놓고 있다. 이는 과거 아이돌의 행보와는 전혀 다르다. 현재 아이돌들은 스타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강조하며 아티스트로써 거듭나고 있다.

1990년대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 듀크는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화려한 댄스는 물론 직접 자신의 앨범을 직접 프로듀싱하며 본인들의 음악을 하나의 앨범으로 만들어냈다. 파격적인 음악은 보는 이들을 열광케 했고 하나의 신드롬으로 만들었다.



이후 국내 엔터테인먼트는 시스템적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프로듀서, 작사, 작곡, 마케팅 등 다양한 팀으로 체계적으로 분업화 됐고 대중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콘셉트의 그룹들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아이돌 1세대의 시대가 왔고 H.O.T, 젝스키스, 핑클, SES 등이 데뷔하며 음악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했다. 소속사들은 빠르게 새로운 그룹들을 데뷔시켰고, 이들 중 대다수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연예인의 길을 걷게 됐다.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이들은 빠르게 데뷔 준비를 마쳤고, 실력 보다는 스타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중들은 잘 만들어진 아이돌에 열광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음악성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이들도 있었다. 빠른 시간 내에 스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획사의 분업 체계의 명과 암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돌 2세대의 시대가 열리며 가요계는 또 한 번 변화의 시기를 걷는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였던 양현석은 프로듀서 위주로 인재를 키웠고, 빅뱅의 지드래곤은 연습생 시절부터 직접 곡을 쓰며 실력을 쌓아왔다. 지드래곤은 ‘거짓말’로 빅뱅을 스타덤에 올려놨으며, 이후 모든 타이틀곡을 직접 작사, 작곡, 프로듀싱하며 자체 프로듀싱 그룹으로 거듭났다.

[ET-가요 뷰] 아이돌? 탈아이돌?

세대를 거듭할수록 이들이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연습생 시간을 거친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아이돌 1세대의 성공을 보고 자란 이들은 가수라는 꿈을 갖고 충분한 준비과정을 가질 수 있었다. 소속사들은 스타를 만들어내는데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멤버들을 구성하고 이들의 매력을 가장 잘 부각시킬 수 있는 콘셉트를 찾아냈다.

자체 프로듀싱 그룹은 아이돌 3세대에서 포텐을 터트린다. 비스트 용준형, 블락비 지코, B1A4 진영, B.A.P 방용국, 방탄소년단 랩몬스터는 직접 그룹의 앨범을 책임지며 음악적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신인 아이돌 그룹 아이콘, 세븐틴, 임팩트 또한 데뷔 때부터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을 도맡으며 실력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자체 프로듀싱으로 인해 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먼저 그룹의 색깔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데뷔 때부터 그룹의 음악적 색깔을 대중들에게 각인 시키며 해당 그룹만의 콘셉트를 빠른 시간 내에 구축시킬 수 있다.

물론 프로듀싱 팀으로부터 좋은 곡을 받아 히트 곡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팀 내 멤버가 멤버가 직접 작사, 작곡을 하게 될 경우 멤버들의 성향을 가장 빠르게 파악하기 때문에 멤버들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 곡을 쓰는 아이돌, 앨범을 직접 만든다는 그룹의 이미지는 대중들에게도 실력파 그룹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음악을 접하는 이들의 음악적 수준도 업그레이드 시킨다. 최근 국내 아이돌 그룹이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이뤄낸 원인 또한 국내 그룹들의 수준이 급격히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요관계자 A 씨는 자체 프로듀싱 아이돌 그룹에 대해 “포화된 가요계에서 자체 프로듀싱을 하는 그룹이 늘어나며 또 다른 가요계가 시작될 수 있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음악을 직접 만든다는 이유만으로 탈 아이돌 문화가 생겨나며 기준점이 모호해지고 있다. 기존 본연의 모습들을 억지로 꾸리려는 현상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다.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