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콧대가 높은 것 같아요.”
전장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대자동차 문을 두드리는 정보기술(IT) 업체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자동차 품질 인증은 전자제품과 비교해 까다롭다. 혹서·혹한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것은 물론 테스트 기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명의 이기다. 현대자동차는 이 부분을 충족시킬 때까지 각 부품을 테스트한다. 부품업계로서는 그만큼 많이 투자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는 벤처기업이 쉽게 진입할 분야가 아니라는 뜻이다. 전자업계에서야 볼멘소리가 나올 법 하지만 오히려 아무 제품이나 받아 주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이런 푸념이 자동차의 속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라고만 생각하진 않는다. 눈을 넓혀 세계 자동차 시장을 보면 품질 기준은 까다로울지 몰라도 이종 업계와 적극 손을 잡고 피를 나누는 일이 빈번하다. 미래 차 부분에서는 더욱 그렇다.
폐쇄적 생태계는 지금까지 자동차 시장에서는 몰라도 IT와 자동차가 융합하는 새 시대에는 대응이 불가능하다. 폭넓게 융합과 협력을 하는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 기술에서는 현대모비스, 정밀지도 기술은 현대엠엔소프트와 각각 협력한다. 반면에 미국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미시간대 엠시티는 지엠, 포드, 토요타, 보쉬 등이 공동으로 투자한 곳이다. 벤츠, BMW, 아우디는 공동으로 정밀지도 회사 `히어`를 인수했다.
그동안 IT 시장에서도 자동차 시장에서도 한국만큼 일사분란하게 변화와 혁신에 대응하는 나라는 없었다. 자동차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변화의 물결에 몸을 실어야 할 때다. 설령 손을 잡아야 할 기업이 눈높이에 맞지 않다면 자동차 업체 투자로 돌파해야 한다.
현대차가 최근 커넥티드카 미래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을 적극 선언했다. 현대차 체질 변화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렸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