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영화 뷰] 영화의 첫인상, ‘포스터’가 하고 싶은 이야기

광고를 15초의 예술이라 한다면 영화포스터는 ‘한 눈의 예술’이라 불러봄직 하다.

영화 포스터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기 전에 먼저 접하게 되는 매개물로서 영화의 첫인상을 결정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포스터가 영화를 어떻게 그려내느냐에 따라 관객들에게 끼치는 영향 또한 다양하다. 단면의 정적인 존재일 뿐이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보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데 일조하며 동적인 존재로 바뀌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 포스터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쇼박스 관계자는 “영화 포스터는 한 장의 이미지로 영화를 표현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마케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관객은 포스터에 들어간 정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지 않고, 전체적인 느낌을 보기 때문에 영화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고, 리틀빅픽쳐스 관계자는 “콘셉트 전달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임팩트 있는 포스터를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렇게 배급사의 홍보팀과 마케팅팀의 고민 끝에 만들어진 영화 포스터는 인물 중심, 스토리 중심 등 각 영화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된다.

출처:/ '히말라야'&'대배우'&'널 기다리며' 포스터
출처:/ '히말라야'&'대배우'&'널 기다리며' 포스터

#. 1인 1장

주로 원톱 주연인 경우 한 장의 포스터 안에 주연 배우 한 명의 얼굴이 크게 박힌다. ‘히말라야’에서는 황정민, ‘널 기다리며’에서는 심은경, ‘대배우’에서는 오달수 얼굴이 포스터에 가득 담겼다.

리틀빅픽쳐스 관계자는 ‘대배우’의 포스터를 오달수의 얼굴로만 채운 이유에 대해 “배우가 가지고 있는 신뢰감은 관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오달수가 가진 신뢰감과 호감 역시 관객들에게 어필할 것”이라며 “특히 오달수는 그동안 많은 영화 속에서 망가지고 웃긴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번 포스터에서는 턱시도를 입고 있다. 관객들이 보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인 1장의 포스터는 한 명의 배우가 표정만으로 영화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야 하고, 같이 출연한 다른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없기에 아쉬운 점도 있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영화의 원톱 배우들은 눈빛만으로 이야기를 할 줄 아는 배우들이다. 관객들은 한 명이 가득 담긴 포스터를 보며 그 인물에 집중하고, 더 강렬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대배우’는 오달수의 첫 주연작이기에 그 의미를 더한다.

출처:/ '관상'&'해어화'&'시간이탈자' 포스터
출처:/ '관상'&'해어화'&'시간이탈자' 포스터

#. 차별 없는 포스터 1/n

최근 티켓파워가 센 스타들을 기용한 영화가 많이 제작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얼굴을 모두 담은 포스터도 눈에 많이 띈다. 조금 더 비중 있는 캐릭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연배우가 3명일 경우엔 3등분, 6명일 경우엔 6등분을 하는 등 정확하게 배분하고 있다.

스타캐스팅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관상’을 비롯해 최근 개봉한 ‘해어화’ ‘시간이탈자’가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해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포스터 형태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더 임팩트 있는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3등분 했다”고 이야기 했다.

‘시간이탈자’의 경우 등장인물 3명이 과거와 현재로 나뉘어 서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3등분한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의 작품들은 영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배우들의 얼굴들만 앞세워 아쉬움을 자아낸다.

출처:/ '클로버필드 10번지'&'남과 여'&'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뉴욕 소네트' 포스터
출처:/ '클로버필드 10번지'&'남과 여'&'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뉴욕 소네트' 포스터

#. ‘여백의 미’ 강조

‘클로버필드 10번지’는 까만 바탕에 타이틀을 하얀색으로 작성해 대비 효과를 준다. 그리고 가까이서 보면 포스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까만색은 우리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아닌 미지의 공간으로, 미스터리 스릴러다운 느낌을 가득 담아 호기심을 자아낸다.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는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치고 있고, 그 위에는 색색의 막대가 수놓아져 있다. 검정 색ㆍ흰 색을 비롯해 원색의 막대는 마치 피아노의 건반과도 같아 관객들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그 외 다른 부분은 검정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어 원색의 막대들과 보색 대비를 이루고 관객들의 시선을 모은다.

한국 영화에서는 여백이 있는 메인포스터를 찾기 힘들다. 다만 부수적으로 제공하는 영화 포스터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남과 여’의 1차 포스터는 핀란드의 광활한 자연 속에서 외로운 두 남녀의 모습이 담아 외로움과 헛헛한 마음을 그대로 전달한다.

여백의 미가 강조된 포스터는 누가 출연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내용이 그대로 전달되어 상상력과 호기심을 자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처:/ '내부자들'&'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포스터
출처:/ '내부자들'&'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포스터

#. 감독판 ‘디 오리지널(The Original)’

지난해 청불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내부자들’과 감독판 영화의 한 획을 그은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하 ‘디 오리지널’)은 한 달 간격으로 개봉했고, ‘내부자들’의 포스터가 3명의 배우들이 세로 형태로 나뉘어 있었다면, ‘디 오리지널’은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디 오리지널’이 이전 버전보다 더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이야기가 포함된 만큼 포스터 역시 세 배우의 맞대결을 이전 버전보다 더 강렬하게 담고 있는 것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안상구(이병헌 분)와 우장훈(조승우 분)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협상을 하고 있고, 이강희(백윤식 분)은 그 가운데 위치해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설계해나가는 킹메이커의 아우라를 느끼게 한다.

쇼박스 관계자는 “두 개를 별개의 영화로 생각했기 때문에 포스터를 따로 만들었다. ‘디 오리지널’ 포스터는 세 명의 대립 구도와 느와르적인 분위기가 살아났고, 더 어둡고 스릴러적인 분위기가 강해졌다. 배우들도 본인 캐릭터가 잘 살아난 포스터를 보고 마음에 들어 했다”고 전했다.

출처:/ '순정'&'써니' 포스터
출처:/ '순정'&'써니' 포스터

#. 과거-현재

주로 메인 캐릭터가 중심인 메인 포스터를 많이 보게 되지만, 하나의 영화에는 여러 버전의 포스터가 존재한다. 많은 배우들이 한 작품에 출연하기 때문에 여러 명의 조합으로 포스터를 만드는 것이다.

‘순정’은 도경수-김소현의 메인포스터와 함께 9명의 배우가 담긴 포스터를 공개했다. 포스터를 유심히 본 대중들은 스포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리틀빅픽쳐스 관계자는 “모든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어린 역할 5명과 성인 역할 4명이 단체 컷을 촬영했었고, 9명의 단체 컷도 있었다. 엄청난 스포라고 생각했으면 안 만들었을 것이다. 한 명이 없다는 것이 꼭 죽음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순정’과 비슷한 구조를 갖는 영화는 여럿 있다. ‘써니’도 성인 배우와 어린 배우들이 한 컷의 포스터에 담았다. ‘써니’에서도 청소년 아이들은 7명이지만, 성인 역할 배우는 6명뿐이다. ‘쎄시봉’이나 ‘건축학개론’처럼 남녀 주인공들의 모습만 담은 경우도 있지만, ‘순정’ ‘써니’ 등은 로맨스보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담겨야 하기 때문에 모든 배역들이 들어가야 했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