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NAB2016]세계 방송장비, 지식재산 공방 가열

#액션 카메라 업계 2인자라 불리는 콘투어는 지난해 말 고프로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카메라를 무선으로 스마트폰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녹화 영상을 보는 기술을 따라했다는 주장이다. 콘투어는 고프로 3·히어로3+·히어로4 제품 판매 중단과 함께 고프로가 특허 침해로 얻은 수익을 손해 배상하라고 요구했다.폴라로이드도 자사 제품인 폴라로이드 큐브 디자인을 베꼈다는 이유로 고프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고프로 히어로4 제품 디자인이 폴라로이드 큐브의 정육면체 모양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두 소송 모두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콘투어와 폴라로이드에게 특허, 디자인 침해 소송을 당한 고프로. 18일 NAB 2016 전시회를 하루 앞두고 부스를 설치하고 있다.
콘투어와 폴라로이드에게 특허, 디자인 침해 소송을 당한 고프로. 18일 NAB 2016 전시회를 하루 앞두고 부스를 설치하고 있다.

글로벌 방송 장비 시장에서 지식재산권(IP)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하다. 신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는 `NAB 2016`에서도 IP침해와 디자인 유출 사례가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 기술을 모방한 제품이 중국 등 해외업체가 자기 제품인양 선보이는 경우도 있다. IP 관리를 잘못한 국내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지난해 NAB 2015에 참여한 알라딘은 경쟁업체가 자사 LED 조명 기기와 똑같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에는 국내외 특허 출원을 하지 않았던 만큼 보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최성호 알라딘 대표는 “국내 중소 방송장비 업체가 힘들게 개발한 제품을 쉽게 따라하는 사례가 NAB에서 종종 나타난다”며 “미리 IP를 확보하지 않으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알라딘은 올해 NAB 2016을 준비하며 미리 특허 출원을 하고 등록이 완료되는 18일까지 신제품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해외 IP정책을 인지하지 못한 국내 기업이 다른 회사 특허를 침해하거나 라이선스 정책을 어겨 곤혹을 치를 수도 있다. 대표 사례가 HDMI와 돌비다. 영상과 음향 신호를 압축하지 않고 전송하는 디지털 방식 케이블 기술인 HDMI는 국내 중소기업이 방송 주변 기기를 만들때 자주 활용한다. 하지만 HDMI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지 않고 제품을 판매하다간 손해 배상 요구에 시달리게 된다. 입체 음향 표준 규격인 돌비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NAB 행사에서 HDMI와 돌비 제품을 무단으로 사용한 제품을 선보였다가 라이선스 위반으로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김진 KOTRA IP-데스크 페이턴트에이전트가 NAB 2016에 참가한 국내 방송장비 업체에게 지식재산권 유의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 KOTRA IP-데스크 페이턴트에이전트가 NAB 2016에 참가한 국내 방송장비 업체에게 지식재산권 유의 사항을 설명하고 있다.

KOTRA IP-DESK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5년 4월까지 우리 기업과 미국 기업 간 특허 침해 소송은 58건이다. 미국 기업이 우리 기업을 침해한 사례는 4건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우리 기업이 미국 기업 특허를 침해했다는 의미다. 김진 KOTRA 로스엔젤러스 IP-DESK 페이턴트 에이전트는 “해외 업체 특허 공격을 항상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가상현실 등 방송업계에서 떠오르는 기술은 IP가 모호한 경우가 많은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