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NAB 2016]방송장비 시장 `한중일 삼국지` 시대 개막

세계 방송장비업계가 초고화질(UHD) 방송 시대를 준비한다. 국내 방송사와 방송장비 업체가 경쟁력 확보에 나섰고 경쟁자도 바짝 뒤쫓고 있다. 일본·중국이 글로벌 UHD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신기술과 가격경쟁력으로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차세대 방송 핵심기술과 방송장비 고도화로 산업 체질을 탄탄하게 다져야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NAB 2016에 참여한 일본 국영방송 NHK는 8K 시연 영화관을 부스에 마련했다. 관람객에게 10분 분량의 8K UHD 영상을 보여줬다.
NAB 2016에 참여한 일본 국영방송 NHK는 8K 시연 영화관을 부스에 마련했다. 관람객에게 10분 분량의 8K UHD 영상을 보여줬다.

◇8K UHD 미는 `일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NAB 2016` 공통 관심사는 4K UHD다. 3840×2160 해상도다. 하지만 행사장 곳곳에는 8K(7680×4320) 기술 홍보부스를 발견할 수 있다. 현재 풀HD 기술 16배 높은 해상도인 8K를 주력으로 하는 일본 기업과 방송사다.

일본은 2000년대부터 UHD 방송 제작·송출·제작 시스템 등 핵심기술을 개발했다. 일본 국영 방송 NHK가 주축이다. NHK는 올해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8K 시험 위성방송을 송출한다.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8K 본방송이 목표다.

일본의 빠른 발걸음은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시장을 최대한 빨리 8K로 돌리기 위한 포석이다. 글로벌 시장이 4K에 집중하는 지금, 한발 앞서 8K UHD 시장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유스케 미키 NHK 기술스태프는 “일본에서도 4K와 8K 콘텐츠를 함께 서비스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시청자에게 고화질 방송을 제공하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케가미는 8K 방송용 카메라를 소개했다.
이케가미는 8K 방송용 카메라를 소개했다.

방송장비 업계가 방송사 뒤를 밀어준다. 방송장비·통신업체가 힘을 합쳐 8K UHD 방송 송출을 위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NAB 2016에서 이케가미는 8K 카메라 촬영을 시연했다. NTT IT는 8K 방송을 통합기기에서 녹화부터 편집까지 모든 기능을 한 번에 구현한 8K 전용 디코딩에 송출까지 할 수 있는 미디어 서버를 선보였다. 타카시 코노 NTT IT수석매니저는 “방송사가 요구하는 규모로 8K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며 “4K·8K 영상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제품을 상용화했다”고 설명했다.

◇국산 경쟁상대 `중국`, IP 기반 미디어 플랫폼 구축 `미국`

방송장비 시장에서 중국 추격이 매섭다. 일본이 방송용 카메라와 방송 시스템 등 고가 장비에 주력했다면 중국은 주변기기 시장을 보고 있다. 디코더와 인코더, 컨버터, 조명기기 등 우리 방송장비업계가 주력하는 분야다. 국내기업과 중국기업 간 생존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중국 방송장비업체 스위트는 방송 모니터부터 HD 컨버터, 배터리, LED 조명까지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다.
중국 방송장비업체 스위트는 방송 모니터부터 HD 컨버터, 배터리, LED 조명까지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다.

중국 경쟁력은 가격과 제품 포트폴리오다. 생산공장을 중국 현지에 둬 생산단가를 최소화했다. 중국 방송장비 업체가 `합리적`이라고 부르는 가격은 우리나라·일본·미국 장비보다 훨씬 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방송장비와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스위트가 대표적이다. 1996년 설립된 스위트는 중국 정부(난징) 지원을 받고 있다. 조이스 리 스위트 세일즈매니저는 “(다른 나라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가 경쟁력”이라며 “방송사와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위트는 모니터부터 HD 컨버터, LED 조명, 배터리를 세계 100개국에 수출한다. 60개국에는 자체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다.

미국 방송업계는 차세대 방송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케이블TV와 IPTV를 아우르는 인터넷 기반 방송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다. 시스코·에릭슨 등 네트워크 업체도 NAB 2016에 참여해 기술력을 뽐낸 것도 이 때문이다. 인터넷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방송시장에도 접목한다. IP 기반으로 통신과 방송 환경을 통합해 시청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특화 경쟁력 절실

국내업체 경쟁력 우위를 위해서는 먼저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지상파 방송3사가 ATSC 3.0 기반 UHD 방송을 시작하면 관련 장비업계 기술 방향도 ATSC 3.0에 맞출 공산이 크다. 기술개발에 선택과 집중 효과는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시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ATSC 3.0 규격에 맞춘 기술쏠림 현상이 일어나면 유럽 UHD 시장을 공략하기 어렵다. 국내 한 방송장비 업체는 “미국시장에서도 ATSC 3.0 표준 확정에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는데 우리만 너무 독주한다는 우려도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핵심 방송장비보다는 호환성이 높은 모니터·뷰파인더·전송장비 쪽으로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정 규격에 종속되지 않는 만큼 글로벌시장 공략이 쉽다. 방송장비가 대부분 다품종 소량 생산, 주문형 생산 방식이라 수요에 맞는 생산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라스베이거스(미국)=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