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초유의 비상사태를 겪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영화인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한 것이다.
비대위는 지난 18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각 단체별 회원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찬반 여부를 묻는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과반수이상의 응답자 중 90% 이상이 보이콧에 참석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 3월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서병수 부산 시장의 조직위원장 사퇴 즉각 실행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 및 독립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 ‘부산국제영화제 신규 위촉 자문위원 68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철회와 부산국제영화제 부당간섭 중단’, ‘부산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총회 의결 없는 집행위원장 해촉 등 영화제를 훼손한 일련의 잘못에 대한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비대위가 요구한 세 가지 중 어느 것 하나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신규 위촉 자문위원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유지했으며 법원의 인용 판결을 얻어 임시총회를 통한 정관 개정을 무산시켰다.
이와 관련해 예상되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두 가지 전개 가능성을 가늠해봤다.
# 가능성 1. 영화제 잠정 중단 or 파탄 ‘끝까지 간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으려는 영화계 측과 이를 정치 논리로 풀어내려는 부산시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사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영화계 측의 단체 행동 방침에 따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파행 운영 우려가 점점 가시화 되고 있다.
비대위는 “부산시가 범 영화인 비대위가 원하는 사항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한다면 보이콧과 관련해 다시 논의를 할 의향은 있다. 지금처럼 부산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런 보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앞서 영화계는 부산시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여러 번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부산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영화제에 출품한 작품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발생, 영화제 자체가 잠정 중단 내지는 파탄날 수 있다.
# 가능성 2. 극적 타결, 빠른 수습만이 해결책 ‘뭉쳐야 산다’
두 번째 가능성으로는 부산시가 비대위의 요구를 수렴,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는 것이다. 대다수가 두 번째 가능성을 바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대위는 열린 가능성을 제시했다. 비대위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발 더 발전시키고 싶다고 호소하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렇게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진행 된다 해도 넘어야 할 산들은 많다. 영화제 조직위는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올해 영화제 예산으로 부산시 지원금 60억 원 등 모두 123억 원을 통과시켰다.
이 예산은 영화제 출품작 초청, 영화제 게스트 초대, 영화제 진행 준비, 행사금, 사무국 인건비 및 경상비 등에 사용되는데, 영화제 측은 올해 집행 예산을 신청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올해 영화제에 사용하는 국비 예산을 받기 위한 국제영화제 육성지원사업 공모 신청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3월과 4월에는 영화제에 참가할 해외 게스트를 섭외하고, 공식 포스터를 제작하는 등 영화제 개최를 위한 준비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는 시기다.
이처럼 영화계와 부산시의 극적인 타결이 이뤄진다 해도 자칫 짧은 준비 기간 때문에 반쪽짜리 영화제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은 “통상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준비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기는 칸 영화제 기간과 맞물려 있다. 이 시기에 작품들을 선정하고 봐야하기에 칸 영화제 이후에 본격적으로 영화제의 밑거름을 다지게 된다. 준비 시기가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지난해와는 분명히 다른 상황이다.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20년의 세월을 지나온 부산국제영화제가 한 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제에서 한순간에 지역 축제로 전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양측 모두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은 하루 속히 양측이 뭉쳐서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정원 기자 jwc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