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112>구조조정은 회장의 책임이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112>구조조정은 회장의 책임이다

지금 구조조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구조조정이 왜 지금 주된 이슈가 되었는가. 한마디로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는 경제가 힘들더라도 조금 버티면 곧 회복되었기 때문에 2, 3년 잘 버티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디지털화하면서 공급과잉이 되고 만성적 수요부족이 되었다. 원자재 가격 폭락이 대표적 케이스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양적 완화를 통해 수요를 일으켜 보려고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우리도 이제는 예전처럼 버티기로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통스런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와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 엔진은 수출이다. 자원이 없고 좁은 국내 시장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수출을 통해 해외시장에 나가지 않고서는 경제를 성장시킬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산업화 이후 수출 드라이브 정책으로 성장해 왔고 이러한 정책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런데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던 수출이 2014년 이후 연속적으로 줄고 있다. 왜 수출이 줄어드는가. 중국 경제 성장률 저하, 유가 하락, 세계 경제 침체 등을 주로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국 기업 경쟁력이 약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럼 왜 한국 기업 경쟁력이 약해졌는가. 그건 세상이 빠른 속도로 디지털 경제로 바뀌어 가고 있는데 우리 기업 변신이 늦은 것이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환경 변화에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기업이 세계 경제 변화 속도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것을 경쟁 기업보다 늦게 파악하고, 늦게 만들고, 늦게 따라가고, 비싸게 공급하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고 그래서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혁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혁신은 실행하기 힘들다. 힘들기 때문에 톱 다운으로 해야 한다. 톱 다운으로 혁신하는 것은 결국 회장님 몫이다. 회장님이 앞장서면 혁신이 가능하고 뒤에서 독려하면 구호만 요란하고 용두사미가 된다. 그래서 혁신은 회장님 몫이다.

경영자마다 혁신을 크게 외치고 있지만 막상 사전적으로 착실하게 개혁해가고 있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임직원 생산성을 올리고, 그룹 국제 경쟁력을 높여서, 국제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그룹이 아닌 강소기업은 나름대로 혁신도 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사례가 많다. 최고 경영자가 전면에 서서 모든 책임을 지고 기업을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지금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내리는 기업 면면을 보면 한 때는 정말 잘 나가던 기업이었다. 사실 대기업이 아니면 굳이 구조조정한다는 얘기도 없이 그냥 소리 없이 퇴출시키면 된다. 신문에도 안 난다.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말은 규모가 커서 그냥 망하게 놔두기에는 사회적 여파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나 은행에서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잘 나가던 기업이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가. 그 동안 경영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이런 회사 재무제표를 보면 벌써 4, 5년 전부터 이상 신호가 오고 있었다. 재고가 쌓이고, 부채 비율이 오르고,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각종 비용지표 비율이 솟구치고 있었다. 아마도 각 회사 경영자는 유가가 오르고 중국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고 환율이 뒷받침해 주면 곧 회복이 될 것이라고 회장님을 달래고 넘어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회장님은 작은 나비 날갯짓에도 태풍이 올 조짐을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작은 신호를 증폭해서 알아들을 수 있어야 진정한 최고 경영자고 회장님 소리를 들을 자격이 있다.

구조조정은 전적으로 회장님 책임이다. 만약 그룹 자매회사나 자회사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다면 평소에 회장이 경영에 전력투구를 하지 않은 결과다. 아니면 회장님 그릇보다 기업 규모가 더 커져 버린 결과다. 스스로 자기 한계를 깨닫고 바로 제대로 된 이사회에 경영을 위임하고, 전문 경영인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밀어 주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반대로 전문 경영인 경영실적을 평가해서 인센티브를 주거나 옷 벗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관리형, 방임형, 현실 안주형 회장님을 가지고는 지금의 격동기를 극복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회장님은 그룹 그 자체다. 회장님 일거수일투족은 그 그룹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다. 이제 곧 시작될 구조조정 회오리에서 그룹을 지키고, 발전시키고, 임직원 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회장님 경영능력에 달려 있다. 계열사가 구조조정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것은 자기 경영능력 한계임을 자각해야 한다.

구조조정은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죽이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된 기업 경영을 포기하는 것으로 진정한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기업을 살려 내는 것이 회장님 책임이고 회장님으로서 진정한 경영능력이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