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하지만, 어느 선까지 책임지느냐가 문제다. 심지어 이 둘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영웅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는 ‘슈퍼히어로 등록제’에 대해 찬성하는 팀 캡틴과 반대하는 팀 아이언맨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그동안 어벤져스는 어떠한 제약도 없이 인류를 구원해왔다. 그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살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에 영웅들은 자신들이 추구했던 자유가 인류를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 생각하기 시작하고,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킨 승리는 승리가 아니다’라는 측의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 팀과 ‘모두를 구하려고 하다간 아무도 못 구한다’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 팀으로 나뉜다.
재미있는 것은 제도권 안에 살았던 군인이자 바른 생활 사나이인 캡틴 아메리카가 정부에 반기를 들고, 자유로운 영혼인 아이어맨이 정부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빌 워’는 기본 조건부터 관객들의 예상을 깨며 기대감을 높인다.
어떤 싸움이든 양 쪽이 팽팽해야 제 맛이다. 히어로와 빌런의 싸움일 경우 일방적으로 히어로들을 응원하게 되는 것과 달리 ‘시빌 워’는 친구와 친구가 신념에 따라 싸우기 때문에 함부로 한 쪽 편의 손을 들어주기 힘들다. 보통 영화들이 하나의 신념으로 귀결되는 것과 달리 이들의 생각은 끝까지 팽팽하게 맞서기에 관객들마저 팀 캡틴과 팀 아이먼맨의 편으로 나뉘어질 정도다. 이러한 내용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관객들을 더 고민하게 만든다.
기존 시리즈와 달리 싸울 대상이 바뀐 것도 흥미롭다. 동료인 어벤져스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비롯, 그동안 갈등의 대상이었던 윈터솔져(세바스찬 스탠 분)가 캡틴 아메리카의 친구로 돌아오면서 캡틴과 아이어맨의 사이에서 갈등을 증폭시킨다.
또한 이런 탄탄한 갈등 구조를 바탕으로 열 두 명의 히어로가 등장해 자신만의 색깔을 영화에 입혔다. ‘캡틴 아메리카’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어벤져스’시리즈만큼 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하며 화려한 액션과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준다. 보통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고 하면 물량공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시빌 워’는 각 히어로들의 갈등과 매력을 차별화하며 적재적소에 등장시킨다.
특히 마블로 돌아온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분)은 어벤져스 영웅들이 신기하기만 한 어리고 수다스러운 캐릭터로 등장해 아이언맨과의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내며, 앤트맨(폴 러드 분)은 업그레이드된 능력을 뽐내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와칸다 왕국의 왕자인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분)는 캡틴의 방패 소재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진 수트를 과시하며, 새로운 갈등을 발생시킨다. 여기에 정부 요원인 마틴 프리먼 등까지 등장하며 화려한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많은 영웅들이 등장하는 것만큼 갈등의 대상도 많다. 캡틴 아메리카는 UN, 팀 아이언맨, 블랙팬서, 지모 남작(다니엘 브륄 분) 등과 순서대로 싸워내는데,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고 다양한 갈등 구조를 가졌지만 복잡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오는 27일 개봉.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