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해운을 비롯해 철강, 화학, 건설 등 경쟁력이 약해진 산업군부터 `수술대`에 올랐다. 다행히 전자·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아직 탄탄한 경쟁력이 있어서 이번에 정부가 집도하는 수술에선 멀리 벗어나 있다. 그러나 전자·ICT산업도 글로벌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 장기화, 중국 급성장 등 불안한 외부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체질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 ICT 산업을 지탱하는 큰 축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둔화되면서 수출이 줄었고, 공급 과잉으로 단가까지 떨어지면서 이중고를 겪었다.
어려움을 극복한 것은 결국 기술력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에 14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해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벌리며 수익성을 확보했다. 올해 안에는 10나노 공정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수요도 다소 회복되면서 반도체 분야 수출 감소율은 지난해 12월 17.5%에 이르렀지만 지난 3월에는 1.8%까지 줄였다.
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 패널 시장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만회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수요 감소와 패널 단가 하락은 여전한 난관이다.
주춤하던 휴대폰 수출도 신규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앞세워 반등에 나섰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 S7`, LG전자가 출시한 `G5` 모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휴대폰은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ICT 부문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지난 3월까지 6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가 주원인이지만 외부 요인 탓만 할 수는 없다.
내부로 눈을 돌려보면 ICT 분야에서도 휴대폰과 반도체에 수출이 집중되다 보니 두 품목이 부진하자 곧 전체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휴대폰과 반도체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은 물론 장점이다. 그러나 두 품목에만 의존해서는 건강한 산업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 국내 전체 수출과 무역수지에서 ICT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것을 감안하면 ICT 산업의 체질 강화는 매우 중요하다.
ICT 업계도 자체 체질개선 작업에 나섰다. 반도체 업계는 공정기술을 끊임없이 개선, 경쟁사보다 제조비용을 낮추는 등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전자업계는 프리미엄 시장 위주로 공략하는 등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2세대 퀀텀닷 SUHD TV`와 `셰프컬렉션`, LG전자의 초프리미엄 브랜드 `LG시그니처` 등이 프리미엄 대표 제품이다. 양사는 지난 1분기에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매출은 감소했지만 수익성은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1분기 잠정 실적을 보면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전체 매출이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증가했다”면서 “프리미엄 시장 중심으로 공략하면서 체질 개선 노력이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ICT 수출 증감 추이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산업 구조조정 관련 최근 주요 발언 (자료:각 부처 취합)>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