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도에 막힌 中企 직원복지

[기자수첩]제도에 막힌 中企 직원복지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일자리`에 대해 언급되는 문제가 `미스매칭`이다. 청년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중소기업은 인력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중소기업 기피 현상이 한몫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급여 조건에서부터 주변 시선, 하도급 구조의 갑을 문화, 열악한 근무 조건, 열정페이 등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자본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기업은 일부 대기업이 제공하는 그룹사 직원 할인이나 복지 콘도 이용, 특별 성과금과 같은 직원 혜택을 제공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직원 복지에 관심이 있는 중소기업 사장은 정이 느껴지는 복지 정책으로 차별화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중소기업 사장의 배려는 제도 장벽에 가로막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중소기업 A사장은 갓 결혼한 직원의 신혼집 마련에 돈을 빌려 주려다가 포기했다. 그동안의 업무 성과가 돋보여서 무이자로 전세금을 빌려 주고 싶었지만 은행권보다는 높은 이자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무이자로 돈을 빌려 줄 경우 사실상 증여와 다름없다는 해석 때문이다.

이달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인차량 운행일지 작성도 말이 많다. 일부 고급 세단을 법인차량으로 등록해 가족들이 이용하는 불법 행태를 뿌리 뽑자는 취지지만 중소기업 영업직원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나름대로 복지 차원에서 일주일 동안 영업으로 고생한 직원들이 주말에 가족들과 회사 차량을 쓰도록 했는데 일지 작성 때문에 이를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 전체로는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중소기업에선 새로운 제도가 또 다른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 일부 악덕 사업자의 행태를 막고자 신설되는 것이 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하면서 선량한 이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고 있다.

제도의 세심함이 아쉽다. 빈틈을 노려 편익을 취하는 행위도 근절해야 하지만 무조건적 전면 제한보다는 각 분야 사업자의 사정을 세세하게 고려하고 정성스레 설계한 제도가 절실해 보인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