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지난 30년 동안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고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세계가 놀랄 경제기적을 일궈냈다. 이러한 경이적인 경제성장으로 중국인 생활수준은 급격히 향상됐을 뿐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성장 후 중국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바로 `묻지마 투자`에 따른 과잉생산 문제다. 과도한 차입투자와 출구전략 부재로 과잉생산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철강, 콘크리트, 전해 알루미늄, 평판 디스플레이용 유리, 조선산업 가동률은 각각 72%, 73%, 71.9%, 73.1%, 75%로 세계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전 산업에 걸쳐 최소한 30% 정도 과잉생산력을 보이는 셈이다. 앞으로 신규투자가 계속되면 생산력 과잉은 더 심화될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과잉생산력은 중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우선 수많은 산업부문에서 생산력이 갑자기 증대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업 이익은 급격히 감소한다. 2010년 태양광 산업 매출 총이익률은 약 30%였다. 그러나 업계 생산력이 급격히 증가하고 제 살 깎아먹기 식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11년 매출 이익률은 10%로 하락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 10년간 자산가치 상승과 시장 잠재력 확대에 길들여진 중국기업은 차입을 통한 급성장 단맛에 여전히 도취돼 있다. 몸집을 키우면 정부 관심과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재정난에 처했을 때 은행과 차입 논의를 할 때 협상력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다.
중국 경제는 현재 경제성장둔화, 거의 전 부문에 걸친 생산력과잉 현상, 국유기업과 지방정부 부채증가, 대다수 투자 부문 과도한 변동성 등으로 도전에 직면했다.
저자는 현재 중국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사실상 정부의 암묵적인 보증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암묵적 보증아래 중국 투자자가 과도하게 위험을 부담하며 무분별한 투자에 나선 것이 당면한 숱한 문제를 제공한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과거 중국경제는 암묵적 보증에 따른 높은 레버리지 비율의 금융시스템 덕분에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투자자는 암묵적 보증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다. 따라서 고위험 금융상품에 수반되는 위험은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이라고 믿고 위험 수준은 `나 몰라라` 한 채 투자한다.
암묵적 보증이 만든 거품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이러한 기대가 더욱 강화된다면 투기성 투자와 자원 및 자본의 잘못된 분배가 심화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시장이 자원분배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면 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은 사라져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시장이 자원과 자본의 배분을 효과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닝 지음, 이은주 옮김, 프롬북스 펴냄, 1만6000원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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