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었다. 챙겨 보지는 않았지만 제목에 붙은 연도를 회상하며 `그때 내가 뭘 했지?` 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곤 했다. 직장 새내기로 사회에 첫발을 디딘 해가 1994년이었다. 직장 초년생 시절을 떠올려 보면 만원 지하철 출근길, 번화한 강남 빌딩 숲, 그 사이로 숨어 있던 맛집, 회식 후 2차로 찾던 노래방이 토막토막 기억난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적금 붓기 추억이다. 그 당시는 10%를 넘는 고금리 시절이었고, 적금에 가입하는 것이 직장인의 가장 확실한 목돈 마련 방법이었다. 매달 통장 정리를 하면서 적금 만기를 고대하던 게 생각난다.
하지만 경제 환경은 급변했고, 고금리는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이 됐다. 금리가 연 10%일 때는 원금이 갑절이 되는 데 7년이면 족하지만 연 1% 금리에서는 70년이 필요하다. 예금과 적금만으로는 목돈을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황이 변했으니 목돈 만드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저금리·저성장 환경에서 목돈 만들기 또는 재산 형성의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과거처럼 현금성 상품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지금처럼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현금성 상품 이자는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 유럽이나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투자에 위험이 따르더라도 금융 자산 일부분을 투자 상품에 할애해야 한다. 투자에 따라 위험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자신의 성향을 감안한 투자 대상 선택, 분산 투자를 활용한 위험 분산, 정기적 리밸런싱 등이 그것이다. 금리가 낮을수록 절세를 활용한 세후 수익률 제고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앞에서 열거한 자산관리 원칙 세 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이다. ISA는 `Individual Savings Account`의 약자로, 일반 투자자의 자산 관리를 위해 도입된 상품이다. 가입자가 다양한 상품을 통합해서 관리·운용할 수 있다.
ISA는 예금이나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특정 상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 여러 상품을 담을 수 있는 일종의 바구니 같은 개념이다. 일정 기간 ISA 계좌 내 투자를 유지하면 계좌에서 발생한 수익금에 대해 200만원(250만원) 한도 내에서 비과세가 적용되고, 초과분에도 9.9%의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ISA 계좌 내 세금 부과는 각각 상품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니라 계좌 내 모든 상품의 이익과 손실을 합해 순이익에 과세하기 때문에 실질적 절세 효과가 더욱 커진다.
가입 자격은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나 사업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단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인 때는 가입이 불가능하다. 납입 한도는 연간 2000만원으로, 5년간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ISA는 세금 혜택이 있기 때문에 전 금융 기관에 걸쳐 한 사람이 한 계좌만 개설할 수 있다. 개설 후에는 5년 동안 계좌를 유지해야 하고, 5년 이전에 중도 인출할 때는 일반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ISA는 계좌 내에서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서 어떤 상품에 어떻게 투자하는지에 따라 최종 투자의 성과가 좌우된다.
어떤 종류의 ISA에 가입할지도 중요하다. ISA는 운용 형태에 따라 신탁형 ISA와 일임형 ISA로 나뉜다. 두 가지 ISA에 동시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각 장단점을 비교해서 어디에 가입하는 게 나을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자신의 성향과 부합하는 상품을 선택하고, 투자 개시 이후에도 ISA 계좌 만기가 될 때까지 시장 상황과 상품의 성과를 정기 점검해야 한다.
이승희 KB국민은행 WM컨설팅부 투자전략전문위원 shrhee@kbfg.com
-
길재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