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 깜짝 실적을 내놨다. 매출 49조7800억원, 영업이익 6조6700억원을 기록했다. 어려운 시기임에도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 5.65%, 영업이익 11.65%나 늘렸다.
실적 호조에는 스마트폰의 힘이 컸다. 스마트폰을 맡은 IM(IT모바일)부문이 3조8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IM부문은 그동안 시장 침체 속에 성장 한계에 부닥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에 머물렀고, 2014년 3~4분기에는 1조원 후반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로선 그동안의 우려를 보기 좋게 뒤집은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는 웃질 못했다. 삼성전기는 1분기 매출 1조6043억원, 영업이익 429억원을 기록함으로써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무려 50%가 감소했다.
삼성전기는 당초 실적 개선을 기대했다. 갤럭시S7 효과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카메라 모듈,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무선충전모듈 등 주요 부품을 공급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어닝 쇼크`였다.
이는 삼성전자의 원가 절감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갤럭시S7 원가가 2년 전 모델인 갤럭시S5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가격 하락에 대응해 부품 주문과 재고 관리를 보수적으로 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엇갈린 실적은 `각자도생`이란 말을 떠올리게 한다. 그룹사·관계사 사이에서도 저마다 제각각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보여 준다.
그러나 갑을관계가 강한 국내 제조 업계에서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여러 곳에 부품 공급을 했다가는 `갑`의 눈 밖에 나지 않을까 `을`은 노심초사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국내 최대 부품 업체 삼성전기도 매출의 60%가 삼성전자에 쏠려 있다.
세트업체의 기침에 부품업체는 독감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얘기다. 요즘 같은 장기 불황에서 필요한 건 이해와 배려다. 전방업체의 날갯짓 한 번이 후방업체에는 태풍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후방업체도 거래처 다변화로 각자도생을 모색해야 한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